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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아파트로 들어가지 왜 위험한 빌라에 들어갔느냐", "4억원이면 아파트에 들어가겠다", "차라리 경기도에 있는 집을 사겠다" 등의 멘트들은 피해자의 속을 한 번 더 후벼팠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1년 6월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93.2로 전년 같은 기간(81.8)보다 13.93%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역시 같은 기간 8.21%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전국 집값을 끌고 가는 서울만 떼놓고 보면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1년 만에 14.03%,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45%로 전국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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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은 어땠을까요. 서울에 있는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년 만에 13.03%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에 있는 아파트 전셋값은 17.91% 뛰면서 살인적인 급등세를 보였고, 연립전세가격지수 역시 11.14%로 10%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대표적인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를 살펴보면, 2021년 상반기에 체결된 전용 84㎡의 전세계약 보증금은 13억~14억원대였습니다. 최근 전세가 하락으로 9억원대에 매물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당시 정씨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종로로 출퇴근하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고 결혼 전 피해자와 피해자 아내 모두 빌라에 거주한 경험이 있어 더 나은 주차 환경과 넓은 공간을 원했습니다. 무엇보다 2세 계획이 집을 구하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정씨는 "꼭 종로구 부암동에 집을 얻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 중심지 일대 빌라를 10여곳 이상 살펴봤다"며 "아파트 역시 후보군에 있었지만, 당시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높았고, 빌라마저도 순식간에 가격이 오르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불과 2년 전 시세는 잊혀지고 있습니다만, 이로인한 고통은 세입자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겁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다 보니 가격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수요가 많은 아파트부터 전셋값이 빠르게 치솟았고 대체재인 빌라 전셋값 상승률도 가팔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독자들 가운데는 "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조금 더 꼼꼼하게 집을 살펴봤어야 했다", "새로운 집주인을 데리고 왔을 때 왜 알아채지 못했냐"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 역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살펴보고 조심했어야 한다"며 심지어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정부가 구제하지 않듯 전세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에게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집을 구하는 실수요자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임대차법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임대차 3법에 대해 "전세 사기 등 피해를 보았을 때 구제하거나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법은 아니다. 실수요자들이 마음을 놓고 집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세입자 정씨는 재산 증식을 위해 집을 구매한 게 아닙니다. 결혼을 하고 늘어날 식구들을 위해 살기 위해 얻은 전셋집입니다. 2년 새 뱃속의 아이까지 4명의 식구가 됐습니다. 정씨가 사는 이 반지하 빌라는 내달 31일이면 계약이 끝납니다. 언제 터질지 알고 있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사는 셈입니다. 정씨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한 번쯤은 헤아려보면 어떨까요.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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