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이 내 통장으로 거액을 입금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A 씨는 최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550만원을 입금받았다. 입금자명을 봐도 모르는 사람이라 은행 창구에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요즘엔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이 간단히 끝나기 때문에 착오로 입금된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오송금인 것 같다'며 '돈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조치는 없고 보낸 사람이 오송금 반환신청을 해오면 연락이 올 거니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며칠 후 A 씨는 자신의 아파트 월세 세입자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자신 명의 아파트를 월세로 내놨고 계약을 맺은 바 있다.
B 씨는 "제 아들이 저번에 돈을 잘못 보냈는데 이번에도 또 잘못 보냈다고 합니다. 저에게 좀 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A씨는 앞으로 월세를 아들 C씨가 대신 내려다보다 하고 통장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550만원 입금 후 다시 9900만원을 보낸 것으로 돼 있었다.
B씨는 1억 4백50만원을 보내달라며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A 씨는 은행을 통해 반환신청을 하라 그러면 바로 처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B 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통장으로 보내라고만 했다.
A 씨는 이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그리고 한 댓글에 주목했다.
댓글에는 "월세 세입자 아들이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것 같다. 1억1000으로 전세 서류를 만들었을 거 같고 550만원은 5% 계약금인 듯하다. 이체 내역이 있어야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이다. 90%까지 대출이 되니 9900만원이 입금된 것이다. 월세 세입자 계약서류에 세입자와 날짜만 변경해서 아들 이름으로 청년 전세대출을 받은 듯하니 동사무소 가서 확정일자 확인해보라. 15일 안에 확정일자 받은 게 있다면 확실하다. 청년 전세는 확정일자를 받아야 실행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 댓글을 본 A 씨가 확정일자를 확인하러 동사무소 가보니 실제 1억 넘게 입금한 C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550만원을 넣은 그날 확정일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를 보니 자신과 월세 계약을 맺은 후 1억1000만원으로 전세 계약서를 새로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들은 대담하게 A 씨 도장까지 파서 찍어놓고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넣었으며 전화번호는 B씨로 돼 있었다.
분노한 A 씨는 경찰서에 가서 사문서위조로 고소장 접수하고 왔다.
월세로 계약한 후 월세 세입자의 아들에게 다시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게 해 나라로 받은 대출금을 유용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게는 사문서 위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세입자의 불법행위가 있었다해도 집주인인 A씨는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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