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3일 11: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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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 상반기 정기평가를 앞두고 업종별로 신용등급 희비가 엇갈려 주목을 받고 있다. 발주 회복세가 뚜렷한 조선업과 정상화에 속도가 붙은 항공업 등은 신용도가 개선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반영된 증권?보험?저축은행 등은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인 신용도를 일제히 올렸다. HD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현대상호중공업은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신용등급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컨테이너 해운 운임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발주 회복에 힘입어 신규수주가 증가한 게 신용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상호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각각 263억달러, 133억달러에 달한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이뤄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도 8년 만의 신용등급 A급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한기평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전망은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로 상향 조정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5년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떨어진 바 있다. 한기평은 국가 간 이동 제한 완화로 여객 부문에서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수익성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는 증권?보험업의 신용도는 내림세를 타고 있다. 한기평은 지난 12일 푸본현대생명보험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시장 지배력이 저하되고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기평은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부정적’ 전망은 당장 신용등급 자체를 강등하지는 않지만, 재무 상태를 관찰하면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 회사 PF 관련 우발채무와 대출채권을 합친 총액은 305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50.2%다. 한기평은 부동산 경기 저하로 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5월부터 정기평가가 본격화되면 기업들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스플레이·메모리반도체·증권·의류·건설·신용카드·저축은행 등이 신용도가 흔들릴 것으로 예측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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