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얼의 핵심은 하늘과 땅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평화민족으로서 상극의 시대를 물리치고 상생의 평화세계를 건설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의 큰 어른' 고(故) 해평 한양원(1923~2016) 전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은 생전에 이렇듯 '상생과 평화'를 강조했다. 그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해평상'이 제정됐다.
한양원기념사업회인 사단법인 '상생과 평화'는 13일 서울 소격동에서 해평상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상생과 평화는 올해 1월 출범했다.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박남수 이사장(전 천도교 교령)은 "상극과 갈등이 남은 시대에 후학들이 한양원 선생님 제사만 지내서야 되겠느냐"며 "선생님의 정신을 받들어서 사회에 좋은 활동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과거 한 전 회장과 함께 북한에서 개천절 남북공동행사를 갖는 등 민족종교와 상생·평화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해평상 제정은 사단법인 상생과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기념사업이다. 상생과 평화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한다. 오는 28일 오후 6시까지 이메일로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5월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상은 두 부문으로 나눠 준다. 상생상과 평화상 각 1명씩 시상한다. 상금은 각 1000만원이다.
상생상은 민족정기와 도덕성을 회복·진작하는데 공로가 있거나 한국의 역사·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공을 세운 인사, 이념·세대·젠더·지역·계층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한 인물에게 준다.
평화상은 국가·인종·종교 간 갈등과 분쟁을 조정했거나 기타 세계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공로가 있는 인사, 파괴된 환경과 생태계를 치유하고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공을 세운 인사 등에게 시상한다.
후보자 추천은 종교·경제·문화·언론·교육계 및 시민사회단체, 해평상 운영위원 및 국내외 관련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받는다.
박 이사장은 "예컨대 저출생으로 기피 전공이 돼버렸는데도 전공을 지키고 있는 소아과 의사들처럼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좋은 분들을 많이들 추천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이 이끄는 심사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한다. 박 이사장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회는 상생과 평화 이사진과는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흔히 기억하는 한 전 회장은 '갓 쓴 할아버지'다. 종교계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마다 흰 수염을 기르고 갓, 흰 두루마기를 정갈하게 차려 입은 한 전 회장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한 전 회장은 민족종교인으로서 갱정유도회 도정을 지냈다. 생전에 그는 일제강점기 탄압을 받았던 민족종교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박 이사장은 "일제의 문화통치, 민족종교 말살정책 여파로 민족종교가 지금껏 설움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전 회장은 1985년 천도교, 대종교, 원불교, 갱정유도, 수운교, 태극도 등이 참여하는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창설해 30여년간 회장을 맡았다. 그가 2003년 세운 겨레얼살리기운동본부는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민족종교 발전과 7대 종교 간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에 추서됐다.
종교 간 화합을 위한 한 전 회장의 노력을 기리며 해평상 심사 과정에도 종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종교에 상관 없이 해평상 후보자 추천인이 될 수 있고,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종교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상생과 평화는 추후 장학사업, 인재 양성 등을 통해 한 전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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