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차량 가격이 치솟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시장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다. 국내에서도 중고차 시세가 꺾이고 신차 출고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업계 안팎에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에 따른 자동차 공급난이 해소되면서 차값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신차 재고가 약 2년 만에 최대치로 늘고 인센티브(제조사가 딜러사에 주는 판매 보조금)가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국 신차 거래 가격도 3만5790달러(약 4678만원)로 전월 대비 1.3% 낮아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0.6% 떨어지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통계가 확인되는 2021년 1월 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안정적 수요에 힘입어 다른 브랜드보다 마케팅 비용을 아껴온 현대차·기아도 이전보다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도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풀리며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수요는 주춤해지면서다. 작년 말 기준 각각 30개월, 18개월이었던 제네시스 GV80과 아이오닉 6 대기 기간은 이달부터 7개월, 2개월로 확 쪼그라들었다. 8~11개월이었던 그랜저 대기 시간도 4~8개월로 짧아졌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카플레이션을 주도해온 전기차 ‘가격 전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테슬라는 올 들어서만 미국 내 판매 가격을 다섯 차례 내린 데 이어 이달 독일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에서도 모델별로 5~15% 가격을 내렸다. 포드 BMW 폭스바겐 등도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개선과 수요 감소, 경쟁 격화로 신차 가격이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빈난새/배성수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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