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마저 등 돌려" 국힘 지지율 급락…심상치 않은 '보수텃밭'

입력 2023-04-17 14:04   수정 2023-04-17 14:11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5개월 만에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에 이어 ‘미국 정부 도·감청 의혹’에 관한 부실 대응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중도층 이탈에 더 해 ‘집토끼’로 꼽히는 보수층 지지까지 흔들리면서 당 지도부가 총체적 위기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흔들리는 TK 민심
17일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9%로 전주(37.0%) 대비 3.1%포인트 떨어졌다. 전당대회가 열린 3월 첫째주(44.3%)와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빠졌다. 통상 전대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이중 핵심은 보수 텃밭인 TK 지지율의 이탈이다. 국민의힘 TK 지지율은 48.4%로 전주(54.6%) 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TK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도리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TK 지지율이 39.6%로 전주 보다 9.2%포인트 급등했다.
대내외적으로 겹친 악재
핵심 지지층인 TK마저 등을 돌린 건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당 내부에선 김재원·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외부에선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당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부각됐다. 이와 관련해 지도부에 쓴소리를 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한 초선의원은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 정책 이슈를 주도하기는커녕 ‘실언’ 논란으로 시끄럽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미국 정부 도·감청 의혹’ 등 정부를 둘러싼 논란이 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통상 집권 여당의 지지율은 대통령 지지도와 함께 움직인다. 여기에 이번 지도부가 ‘당원 투표 100%’로 꾸려져 출범 초기부터 ‘당정일체’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TK 지지율(긍정평가)도 50% 아래인 44.8%로 집계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위원은 “야권의 공세가 아니라 최고위원 설화 등은 여권 내부에서 부정 이슈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보수층이 무조건 결집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보수강세 지역에서 해당 사안을 더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TK 연고 없는 윤 대통령
TK 지지층 이탈은 이전부터 감지돼 왔다. 지난달 초 전당대회 후 꾸려진 새 지도부에 김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TK출신이 없다는 ‘TK 홀대론’이 강하게 불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고 김기현 대표가 14일 서울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방문한 것은 보수층 결집을 위한 행보였다. 원내에서도 이런 기류를 의식해 대구 출신의 윤재옥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지만 지지율은 도리어 하락했다.

TK 지지세 하락이 윤 정부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보수 진영 측 대통령은 대게 영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중 김영삼 전 대통령(부산)을 제외한 박정희 전 대통령(경북 구미), 이명박 전 대통령(경북 포항), 박근혜 전 대통령(대구)이 TK에 뿌리를 뒀다. 다만 윤 대통령은 서울이 고향인 데다 국민의힘도 2021년 7월 입당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지난해부터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당대표 불출마 압박 등 온갖 잡음을 내면서까지 김기현 대표 체제를 만들었는데 성과가 미비하자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양길성/노경목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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