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판 배민' 꿈꾸는 스포키 "체육관 전단지 없어질 것"

입력 2023-04-17 16:46   수정 2023-04-18 10:31


인적이 많은 길거리를 지나갈 때면 5년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 있다. ‘신장 개업’ 등을 내걸며 모객 행위를 하는 전단지 이야기다. 5년 전엔 식당이나 술집이 전단지 내용을 채웠다면 요즘에는 그 자리에 피트니스센터, 필라테스, 요가 등 체육관 업체들이 부쩍 늘었다. 운동 취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배달의 민족’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이 자리 잡으면서 요식업 광고 수요가 모바일로 빠져나간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머지않아 운동 산업에서도 전단지 광고가 옛일이 될지도 모른다. ‘스포츠계의 배민’을 꿈꾸는 ‘스포키’가 스포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변신을 노리고 있어서다. 이 플랫폼은 출시 다섯 달도 안 됐던 지난 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170만명을 돌파하더니 지난 달엔 240만명을 넘겼다.

이미 스포츠 앱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넘보고 있다. 스포키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달 들어 스포츠 부문 인기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스포키는 연내 멤버십 서비스와 자신만의 가상 구단으로 다른 시청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판타지 리그를 선보이기로 했다. 스포키 개발을 이끄는 고광호 LG유플러스 스포츠플랫폼 담당을 만나 스포키의 사업 전략과 미래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포키, 기존 스포츠 플랫폼과 다른 길 찾는다
모바일 기반 스포츠 플랫폼을 참신하다고 보긴 어렵다. LG유플러스만 해도 ‘유플러스 프로야구’, ‘유플러스 골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는 스포츠 통합 플랫폼인 스포키를 선보였다. 과거와는 달리 국민들의 여가 시간이 늘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을 뿐 아니라 스포츠 중계·생활 등을 아우른 모바일 플랫폼이 아직 국내 시장에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기존에 LG유플러스가 보유했던 스포츠 중계 플랫폼은 주 사용자가 50대 이상이고 남성 사용자 비중이 70%에 달했다.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소비자 구조였다.

스포키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플랫폼을 지향했다. 이를 위해선 중계 만이 아니라 즐길거리를 플랫폼 내에 마련해 젊은 층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게 개발진의 판단이었다. 젊은 층 유인을 위해 스포키는 최근 즐길거리를 집중적으로 내놨다. 지난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인공지능(AI) 승부예측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올해 프로야구에도 이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달 초 제공하는 AI 승부예측 서비스 종류를 2개로 늘렸을 뿐 아니라 선수들의 과거 기록과 사주를 토대로 한 당일 운세 서비스도 내놨다.

즐길거리를 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엔 충분치 않았다. 스포키는 중계되는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 별도 광고를 시청하는 수고로움 없이 시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로그인을 할 필요도 없앴다. 시청자의 편의를 최대한 살려 앱과 웹 모두에서 스포키의 접근성을 최대화했다.이 결과는 호응으로 드러났다. 스포키는 출시 다섯 달 만인 지난 2월 MAU가 170만명을 넘긴 데 이어 지난달 240만명을 돌파했다.

사용자들의 플랫폼 체류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른 노력도 곁들여졌다. 스포키는 뉴스를 비롯해 크리에이터와 전문가들의 영상 콘텐츠를 탑재하고 종목 수를 늘려 파편화된 사용자들의 취향을 사로잡으려 했다. 고 담당은 “스포키가 지향하는 바는 ‘모바일 스포츠 테마파크’”라며 “스포츠를 보는 플랫폼에서 ‘하는’ 플랫폼으로 스포키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포키는 올해 MAU 30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플랫폼 사용자들의 재미를 배가시킬 다른 콘텐츠도 속속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올 2분기 내에 선수들의 패션·연습 영상 등의 콘텐츠를 내놓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멤버십 제도를 도입한다. 경기 시청, 댓글 등 사용자가 다양한 활동을 할 때마다 보상으로 포인트를 제공한 뒤 이 포인트로 커피 쿠폰 등을 타갈 수 있도록 하거나 응원 선수·구단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연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판타지 리그’는 스포츠 테마파크로서 스포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줄 콘텐츠로 사내 기대를 받고 있다. 판타지 리그는 실존 선수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구단을 구성한 뒤 선수들의 실제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승점을 매겨 경쟁하도록 한 서비스다. 고 담당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국 야후스포츠 등이 판타지 리그 도입에 성공한 사례”라며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프로농구, 해외 축구 등으로 판타지 리그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계권 획득 경쟁에서는 극심한 출혈 경쟁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고 담당은 “중계권을 획득하는 건 플랫폼 사업 초반의 마중물로 작용하는 데는 필요하다”면서도 “중계권 획득보다는 사용자가 스포츠를 하는 콘텐츠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중계권 확보는 어디까지나 플랫폼 사용자 수를 늘리는 방안 중의 하나로서 다루겠다는 얘기다. 스포키는 현재 웹 80%, 앱 20%인 플랫폼 유입 비중을 장기적으로 웹 20%, 앱 80%로 개편해 다양한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앱의 이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엔 ‘보는’ 플랫폼에서 ‘하는’ 플랫폼으로
스포키는 충분한 이용자 수를 확보한 내년이 되면 스포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플랫폼을 개편하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올해 이어질 콘텐츠 업데이트도 스포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스포키의 몸집을 불리기 위한 준비 단계에 가깝다. LG유플러스는 골프, 테니스, 풋살 등 실제 활동인구가 많은 스포츠에서 민간 운동 관련 업체들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개 기능을 스포키에 추가할 계획이다. 스포키 내에서 각종 스포츠 시설의 모객, 동호회 운영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중계와 중개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기록 작성에 참여하는 형태로 유소년층을 아우른 선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유소년 선수 지원이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스포키의 또 다른 목표다. 최근 스포키는 유소년 골프 지원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

고 담당은 “‘스포키’라는 이름도 ‘스포츠의 위키피디아’를 꿈꾼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며 “스포키를 통해 스포츠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경기 영상을 올리거나 사용자들이 유소년 선수들을 후원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키는 서비스를 팔지 않고 브랜드를 팔겠다”며 “고객들에게 스포키하면 ‘스포츠에 진심인 곳’, ‘스포츠의 모든 정보와 커뮤니티가 있는 곳’으로 인식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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