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들의 국세 법인카드 결제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연간 11조원 수준으로 성장한 국세 법인카드 결제시장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사 법인영업 담당자들을 소집해 법인세 카드 결제 관련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사실상 ‘유동화 시장을 활용한 법인들의 국세 이연 납부를 지원하지 말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졌다.
우량 기업들은 일부 국세를 카드 결제로 납부해왔다. 카드사는 기업의 국세 납부 결제대금을 채권 형태로 시장에 넘겼다. 금융당국이 무이자 할부 등 법인카드 혜택을 줄이도록 요구하면서 2020년 국세 유동화시장이 형성됐다. 카드사가 기업의 결제대금을 채권 형태로 유동화회사에 매각하는 식이다. 우량 기업에 투자하려는 수요와 함께 국세 법인카드 결제는 성장세를 탔다. 국세통계 포털에 따르면 국세 법인카드 결제 규모는 2020년 6조7900억원에서 2021년 8조8800억원, 지난해 11조85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법인카드 결제대금 시장의 60% 이상인 7조원가량이 유동화돼 자본시장 투자자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채권 발행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효과를 누렸다.
금감원은 카드사가 법인에 과도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인이 투자자에게 유동화 비용을 대고 세금을 이연 납부하는 방식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카드사들 설명이다. 카드업계에선 국세 결제대금 유동화를 하지 않는 일부 카드사가 점유율 순위에서 밀리자 당국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를 압박하자 국세 법인카드 결제시장이 즉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이르는 국세를 한꺼번에 납부하려면 비용도 더 들고,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일시적 유동성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국세 카드 결제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며 “카드사에 혜택을 받지 않고 자본시장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왜 이를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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