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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는 분산투자다. 국내에선 변동장에서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미국에서는 ETF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시장이 포화되며 경쟁이 심화된 상태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 수요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62개의 ETF가 청산 또는 상장폐지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26개, 2021년에는 18개가 사라졌다.
블룸버그는 올해 사라진 ETF가 평균 1710만달러(약 226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라진 펀드들의 평균 수명은 약 6년이었다.
지난해 뉴욕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새 ETF 상품들이 쏟아지며 시장이 포화됐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까지 상장된 ETF는 422개로 전년 동기보다 5개 많았다.
미국의 ETF 시장 규모는 7조달러(약 9240조원)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이후 ETF의 신규 상장 건수는 크게 늘고 있다. 2019년 236개에서 2020년 313개, 2021년 465개로 증가했다.
네이트 제라시 ETF스토어 사장은 “상장폐지된 ETF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이후 강세장의 끝물에서 출시돼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등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특정 테마의 ETF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부터 폭락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사라진 62개 ETF 중 미 비리디펀드가 암호화폐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비리디 비트코인 채굴기 ETF’ 등이 포함됐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중심 ETF도 일부 거래가 중단됐다.
ETF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ETF 청산 계획을 밝히고 있어서다. 미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는 20개 이상의 ETF를 상장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플리파이자산운용도 지난 13일 ETF 4개를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서치 회사 ETFGI의 창업자 데보라 푸어는 “ETF 운용사들도 운용 자금이 줄면서 비용 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ETF 폐지 속도가 크게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푸어는 소규모 ETF들이 대량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 시장은 소수의 상위 ETF에 자금이 집중되는 형태다. 전 세계 기준으로 1만1000여개 ETF 중 상위 620개에 전체 자금의 80%가 몰려 있다. 그는 “지금도 운영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ETF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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