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일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써보는 겁니다. 무엇이 됐던 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게 될 겁니다. 기술을 써야 기술을 이해하게 됩니다. 어떻게 규제하고 협력하며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도 알게 되죠.”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미래를 열어가는 AI(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책임과 윤리’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서 생성 AI의 원리와 개발 현황을 소개하고 기술 보급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이날 행사는 정부와 국회가 AI의 공공 분야 적용 방안 등을 고민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생성 AI 기반 채팅 프로그램인 ‘챗GPT’를 선보인 오픈AI의 주요 투자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초 자체 검색엔진인 ’빙‘에도 챗GPT에 적용된 생성 AI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최신 데이터에 기반해 AI에게서 답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스미스 부회장은 선진국 사회에서 최근 5세기 만에 처음으로 근로 가능 연령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구 축소 시기에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AI 기술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스미스 부회장은 “(근로 연령 인구 감소는)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AI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소프트웨어(툴)는 새로운 생산성 증대 방식을 찾아야하는 시기에 기술이 강력한 도구로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미스 부회장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 AI에 쓰이는 초거대 언어모델(LLM)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한 때는 2019년이다. 그는 “언어의 민주화, 지식의 민주화는 인류 진보를 가져왔다”며 15세기 유럽에서 보급된 금속활자를 예로 들었다. 이 금속활자가 그랬듯 생성 AI의 보급이 지식에 대한 인류의 접근성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생성AI의 개발 현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이미지, 비디오 등을 생성하고 학습하는 기초모델을 만드는 게 현재의 LLM이 가고 있는 방향”이라며 “AI는 멀티 모달로서 텍스트로 이미지를 만들거나 비디오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뿐 아니라 이미지의 인식, 추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자전거 앞에서 울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AI가 아이가 울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아이가 울게 된 이유까지 추론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스미스 부회장은 AI 기술 혁신에서 중요한 요소도 꼽았다. AI의 연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 기술 친화적인 정책 등 네 가지다. 스미스 부회장은 “어떠한 기술이 의미가 있기 위해선 그 기술의 활용 방안을 정의하는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정의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선 친화적인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을 현실에서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단 설명이다. 스미스 부회장은 그 예로 미국 자동차 업체인 포드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처음 내놨던 때를 들었다. 그는 “포드는 자동차 ‘모델A’를 1903년 개발하고 이를 미국 미시간주의 공장 주변에서 시연한 결과 많은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를 통해 (상용화 모델인) ‘모델T'를 1908년 개발해냈고 이 모델은 미국의 운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오늘날의 미국 자동차 시장이 실험실 밖을 벗어난 자동차의 시험 주행에서 비롯됐다고 본 것이다.
스미스 부회장은 “(AI는) 이제 막 모델A가 탄생하고 모델T를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한 단계”라며 “기술을 빠르게 진전시키는 가운데 적절한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윤리 원칙에 따른 기업 내규를 설정했다”며 “이러한 내규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전담 인력만 75명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문의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는 알고리즘(메타 프로세스)을 가동해 AI 소프트웨어 사용자에게 비윤리적인 답변을 내놓는 경우를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미스 부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AI 혁신의 중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정부, 비정부기구(NGO), 기업, 학계, 연구소 등 모든 단체가 함께하는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전력을 공급할 원자력, 태양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광범위한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AI 사용을 장려하면서 자신의 변호사 근무 시절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26세에 변호사로 사회에서 첫 출발했다”며 “PC를 쓰면 법무를 더 잘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 이어진 결과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자리에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986년 워싱턴에 있는 로펌에 갔을 때 업무 조건으로 요청한 끝에 PC를 사무실에 도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더 나은 변호사가 됐다”고 말했다.
PC 대신 비서가 문서를 작성해줄 것이라는 주변의 말에도 로펌에 PC 도입을 밀어붙인 결과가 능률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기존에 있는 것만 받아들이는 데에 그치지 말고 빙과 앱을 사용해 이것저것 링크도 눌러보며 학습해보라’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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