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금리가 연 7%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연 20%를 달라고 합니다. 대주단 중 유독 고금리를 고집하는 금융기관이 있어 브릿지론 연장이 막막합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시행사) A대표는 "일부 캐피털사가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는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는 바람에 브릿지론(사업 인가 전 대출) 연장에 애를 먹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대표는 “국내 금융사에 비해 특히 일부 일본계 캐피털사가 지나친 고금리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십여개 금융사가 대주단을 이루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특성상 이 업체들이 안 끼는 곳이 드물어 대출 연장에 어려움을브릿 겪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브릿지론은 공사비 등을 조달하는 본 PF로 넘어가기 전 토지 매입이나 인허가 등 초기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하는 제도다. 캐피털사나 증권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주로 브릿지론을 취급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브릿지론의 약 64%가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 본 PF로 전환은커녕 브릿지론 연장조차 쉽지 않아 자금난이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얘기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대주단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 대해선 대주단 소속 금융사의 3분의 2(채권액 기준)만 찬성하면 대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4분의 3이 동의하면 금리 인하나 신규 자금 지원 등도 가능하다. 대주단 협의체에는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증권사, 상호금융 등 모든 금융업권이 참여한다.
대주단 협의체가 시동을 걸면 일부 금융사의 고금리 몽니로 인한 건설업계의 애로사항도 차츰 해결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이들이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할까 두려워 제대로 항의조차 못 하고 있다는 게 개발업계 하소연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택사업자의 자금조달지수가 지난달 78.5에서 이달 66.6으로 하락하는 등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원래 자동차 할부나 리스 사업 등을 하던 캐피털사는 본업 업황이 나빠지자 최근 몇년 새 PF 사업을 크게 확대했다.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이나 아파트 외 주택 등에 관심을 가졌다. 부동산 호황기 땐 큰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부실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캐피탈사의 평균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자산 부담은 AA-급이 평균 0.9배, A급 이하 평균 1.5배로 신용등급간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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