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9일 12: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SK하이닉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와 미국의 반도체 정책 후폭풍 등이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9일 국내 비금융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업계는 수요 부진으로 전례 없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실적 악화가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올해 SK하이닉스의 감가상각 전 영입이익(EBITDA)은 약 5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21조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반면 삼성전자는 풍부한 현금 유동성으로 수요 부진 등을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3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Baa2’로 유지했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화채 등 해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SK하이닉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매기고 있다. 본격적으로 신용도를 하향 조정하진 않았지만 적자 누적 등 신용도 하방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적자를 냈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도 4조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3일 ‘예상보다 깊은 메모리 업황 침체, 극복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신용도 재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신평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이 안전하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며 “수요 회복 시기와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 신용도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은 지난해보다 6조원 늘어 2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정책도 신용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3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모두 반도체 관련 생산설비 대부분이 국내와 중국에 집중돼 미국 반도체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등으로 업황 반등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은 호재로 꼽혔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건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얻을 효익보다 비용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업황의 반등 시점을 앞당기는 요소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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