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다투는 응급실 소생실, 카메라에 담고 싶었죠"

입력 2023-04-19 17:56   수정 2023-04-20 01:00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마지막으로 사투를 벌이는 곳. 응급실 소생실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최근 사진집 <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를 펴낸 이강용 씨(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인 응급실 소생실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목의 ‘레벨 원’은 응급 중증도 분류체계 5단계 중 가장 위급한 상황이다. 심정지나 중증 외상 등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도착한 상태를 뜻한다.

이씨는 7년째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경북 문경 생활치료센터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응급실의 모습을 전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코로나19를 조심하게 될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는 비번 시간을 활용해 기록을 남겼고, 그의 작품은 같은 해 ‘코로나 스토리’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동안 찍었던 응급실의 모습이 알려지며 ‘사진 찍는 간호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책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응급실을 찾은 다양한 사람을 소개했다.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공장에서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실려 온 환자를 꼽았다. 신발의 고무 밑창이 새까맣게 탈 정도로 강한 전류에 노출된 상태였다. 간신히 살아난 환자가 꺼낸 첫마디는 ‘언제부터 다시 일할 수 있냐’였다고 한다. 그는 “사고를 당해서 오는 환자는 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이라며 “자신의 건강보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소생실 한쪽에 덩그러니 놓인 신발 한 짝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응급조치를 하며 퉁퉁 부은 의료진의 손과 땀이 흥건한 뒷모습,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을 위주로 촬영했다. 환자와 의료진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손’ ‘등’ ‘눈’ 등의 주제로 묶어 책의 각 장을 구성했다.

‘사진 없음’이란 제목의 제4장이 눈길을 끈다. 사진집인데 사진이 없다. 차마 카메라를 들지 못한 순간들이다. 이씨는 “응급실에서 희망차거나 즐거운 장면은 많지 않다”며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물어야 했던 순간 등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5월에 외국으로 떠나 ‘항공 간호사’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환경에서 들고 올 다른 사진들도 기대해달라”고 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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