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01.33210291.1.jpg)
“산업 판도를 바꿀 초거대 인공지능(AI)의 속도는 슈퍼컴퓨터가 좌우합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사진)은 19일 “슈퍼컴은 기술 패권 시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인프라”라며 이렇게 말했다. KISTI는 고성능 슈퍼컴퓨터와 함께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를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AA.33216450.1.jpg)
챗GPT에 대항할 국내 AI 언어모델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 KoGPT, LG그룹 엑사원 등이 있다. KISTI에 따르면 이들 모델은 여러 가지 한계로 챗GPT 등 글로벌 수준엔 못 미친다. 대표적인 한계 중 하나가 슈퍼컴퓨터의 성능이다.
매년 반기별로 발표되는 슈퍼컴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세계 1위 슈퍼컴은 미국의 ‘프런티어’다. 873만112개 코어와 1102페타플롭스(1PF: 초당 1000조 번 연산) 성능을 갖췄다. 한국 기상청의 쌍둥이 슈퍼컴 구루·마루(18페타플롭스), KISTI의 누리온(13.93페타플롭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격차가 크다.
김 원장은 “2019년 11월 14위였던 누리온 세계 랭킹이 작년 11월 46위로 곤두박질쳤다”며 “각국의 슈퍼컴 성능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6년간 약 3000억원을 들여 구축하는 슈퍼컴 6호기 목표 성능은 600페타플롭스다. 그는 “최근 한국 증시를 달구고 있는 2차전지 산업 관련 신소재 검증, 차세대 반도체 구조 설계 등도 모두 슈퍼컴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이 요즘 가장 주시하는 기술은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디지털 비트(0 또는 1)와 달리 0과 1 사이 확률적으로 변하는 비트(큐비트)를 쓴다. 양자컴은 이론상 슈퍼컴보다 수억 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제각기 방식으로 양자컴 개발에 한창이다. 모두 챗GPT와 같이 ‘자연어 이해와 생성 기술(NLP·자연어 처리)’을 세계에서 주도해온 기업이다. 김 원장은 “작년을 기점으로 양자컴 개발 속도가 어마어마해졌다”며 “양자컴과 초거대 AI가 결합되면 파급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예전 공군 전산장교 재직 경험을 살려 최근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과 함께 데이터 기반 무기 정비체계 선진화에 나섰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KOTRA, 농촌진흥청 등 빅데이터 분석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공공 기관 지원도 늘리고 있다.
대전=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