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분석해 빠른 속도로 암을 잡아내는 미국 가던트헬스 액체생검 서비스 ‘가던트360’은 60개국 25만 명의 암 환자에게 활용되고 있다. 나이가 많아 조직검사를 못 받는 환자에겐 유용한 선택지다. 하지만 가던트헬스 제품은 물론 국내 기업이 개발한 제품도 시판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 암 환자들은 혈액으로 여러 유전자 변이를 한꺼번에 확인하는 가던트360 같은 검사를 받으려면 400만원 넘는 비용을 내고 혈액을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
NGS 기술을 활용하면 혈액검사만으로 빠르게 항암 치료 표적을 찾아낼 수 있다. 폐암처럼 진행 속도가 빠르고 조직검사가 힘든 치료에 유용하다. 미국에서 액체생검은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제품 허가를 받은 가던트헬스의 올해 예상 매출은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다.
한국에선 이 검사가 보조 진단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졌지만 식약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국내 기업들은 유전자를 한 개씩 분석하는 진단키트만 의료기관 등에 납품하고 있다. 한 액체생검 기업 대표는 “여러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하는 다중 NGS는 허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허가받기가 어렵다”며 “미국은 300종의 유전자 중 10~20종 분석 결과만 좋아도 허가를 내주지만 한국에선 모든 유전자에 대한 임상 결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 몸에 넣는 의료기기와 달리 안전성 면에서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평가 절차가 요구된다”며 “시장 변화가 빠른 만큼 정부가 건강보험 평가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감염병 위기 단계가 내려가면 이들 서비스는 모두 불법이 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30여 개 기업은 사실상 영업이 힘들어진다.
정부는 6월까지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막혀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초진부터 할지, 재진만 허용할지를 두고 의료계와 산업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남정민/오현아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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