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0일 11: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01.33221290.1.jpg)
강관 제조업체 넥스틸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작년 10월 바이오노트 상장 이후 반년 넘게 이어진 유가증권시장 상장 공백을 깰 후보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공장이 가동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시장의 평가를 받을 채비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0월 바이오노트 이후 끊긴 코스피 IPO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스틸은 전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회사(리츠 제외)는 작년 10월 상장한 바이오노트가 마지막이었다. 예심 청구일 기준으로는 작년 6월 바이오노트와 케이뱅크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 사이에 눈치싸움이 벌어진 결과다.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등 다수 기업이 코스피 상장 절차를 진행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를 이유로 중단했다. 중소형 IPO와 달리 대형 IPO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올해 초 등판하려던 예비 IPO 기업들도 몸을 사렸다.
이번 넥스틸을 시작으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LGCNS, 서울보증보험, 두산로보틱스 등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1990년에 설립된 넥스틸은 강관 제품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철강 제조사다. 원유, 천연가스 등의 굴착에 사용되는 유정용 강관이 핵심 제품이다.
기업가치가 조단위를 넘보는 초대형 IPO가 아닌 만큼 적정 기업가치를 제시하면 시장에서 거부감도 덜할 것이란 판단이다.
현대제철과 세아제강, 휴스틸 등 넥스틸과 함께 국내 강관 시장의 선두업체로 꼽히는 비교기업 후보군 역시 모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이들 4개 기업은 국내 강관업체의 대미 수출 물량 80%를 소화하고 있다.
넥스틸이 작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자신감도 붙었다. 한때 미국 반덤핑 관세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지만, 미국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결과다.
2014년 이후 미국 정부는 넥스틸을 비롯한 국내 주요 강관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2014년 6300억원에 달했던 넥스틸의 매출은 이듬해 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50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줄었다.
넥스틸은 2019년 미국 휴스턴 법인을 설립해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해당 공장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영업실적은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넥스틸은 지난해 매출 6684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01.33221289.1.png)
○재무적투자자, 투자금 추가 회수 기대
넥스틸의 기업가치는 최소 2000억원 이상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상장 주관사인 하나증권은 올해 1월 넥스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6억원을 투자하면서 넥스틸의 기업가치를 약 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2021년 6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당시 약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당시 넥스틸은 미국 공장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아주IB투자와 원익투자파트너스가 공동 출자한 원익아주턴어라운드1호가 유한회사 넥스틸홀딩스를 설립해 넥스틸에 자금을 투입했다.
총투자금은 465억원으로 전환사채(279억원 규모)와 상환전환우선주(186억원 규모)로 나눠 투자했다. 이 중 전환사채는 작년에 전액 상환됐다. 미국 공장 설립 이후 현금흐름이 개선되자 넥스틸과 투자자 간 합의에 따른 조치다.
작년 말 기준 넥스틸의 최대주주는 박효정 넥스틸 회장으로 지분 64.1%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지분 26.7%를 소유한 넥스틸홀딩스다.
이번 넥스틸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도전은 주관사인 하나증권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이 유가증권시장 IPO를 주관한 건 2016년 LS전선아시아 이후 약 6년 만이다. 하나증권은 이번 넥스틸 상장을 계기로 유가증권시장 IPO 경험을 쌓아 이후 빅딜 수임 경쟁에 가세하겠단 계획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