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연초 이후 지금까진 국내 증시가 무척 좋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5~6월 이 두 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정도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하락장이나 상승장이냐를 결정할 겁니다. 상승이 어렵다면 코스피가 2300선까지 빠지는 건 각오해야 합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사진)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편 위원은 한경닷컴 회원을 위한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츠 ‘한경 마켓PRO’에서 ‘편득현의 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코너를 연재해왔다.
증시 약세이던 지난해 10월 편 위원은 “오히려 주식을 살 때”라고 했다. 그의 예상대로 올해 1분기 국내 증시는 상승장이 펼쳐졌다. 그러던 그가 이제 “하락에 대비할 시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올해 국내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에 대해 물었다.
▶현재 증시를 진단한다면?
“주식은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지금은 걱정보다 낙관이 더 많다. 시장의 위험 선호를 진단하는데 성장률, 물가, 금리, 유동성 등 다양한 기준을 쓴다. 지금 보면 물가, 금리, 유동성을 비롯해 12개 지표에서 위험 선호 신호가 나왔다. 위험 회피 선호는 6개뿐이다. 시장이 이렇게나 위험을 선호한다는 건 거꾸로 뒤집으면 더 이상 주식을 사면 안되는 ‘과열 상태’라는 말과 같다.”
▶그동안 증시는 왜 강세였나?
“기준금리 하락 전망이다.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말에는 이미 연 3.5%까지 떨어질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이나 투자은행(IB) 심지어 애널리스트들도 이러한 예측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OPEC 플러스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는 걸 걱정해야 할 시기다.
실제로 미국 물가하락 속도에 대한 의견은 1월보다 약화되고 있다. 연말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은 기존 3.10%에서 3.53%로 상향됐다. 올해 4분기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1월에는 30%를 넘겼지만 지금은 22% 수준이다.”
▶당분간 증시 조정을 전망하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경기 침체가 문제다. 미국은 증시와 경기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많아서다. 현재 55개 기관들이 예상한 미국 경기침체 확률은 평균 65% 수준이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하락세를 보인 점, 미국 지방은행에서 대출 감소세가 보이는 점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아직 증시는 뜨거워서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코스피지수 패턴과 비교해도 현재 증시는 상승장 보다는 하락장의 전형적 패턴을 띠고 있다. 연간 10% 이하 하락하는 하락장의 월별 수익률 패턴을 보면 1월 상승세로 출발한 후 2월 수익률이 줄고 3~4월 다시 수익률이 증가하는 형태를 보인다. 현재 증시와 흡사하다.”
▶조정이 시작한다면 언제부터인가?
“이르면 5월로 예상한다. 최근 20년간 코스피지수 월별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4월이 다른 달보다 평균수익률이 높지만 5월엔 수익률이 하락한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4월 중 배당을 받고 5월이 되면서부터 보유 주식을 파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는 FOMC도 잡혀있다. 만약 FOMC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면 금리 인하를 기대한 시장에 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투자자에겐 5월이 ‘마의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조정 폭은 얼마로 예상하나?
“10% 내외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코스피지수의 상단은 2600으로 하단은 2300선까진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조정 뒤 4분기부터는 서서히 상승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에 대비한 투자 전략은?
“그동안 상승세가 지속됐던 한국,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 달러로 환산한 각국 증시 수익률을 보면 연초 이후 최근까지 중국 본토 증시는 2.8%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은 13.1%, 미국은 8.5%였다. 중국 3월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인 도 고려하면 앞으로 상승 여력이 많이 남은 쪽은 중국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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