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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은 국내에서 3만2000여 명이 겪고 있는 비교적 흔한 장애다. 하지만 진료를 신청해 의사를 만나는 데 길면 5년이 걸린다. 전국에서 이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20명이 되지 않은 탓이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은 인공지능(AI)에서 해법을 찾았다. 의사가 확인할 수 있는 검사 자료를 AI로 확보해 ‘진료 체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은 장애인의 날인 이날 AI 기술을 활용한 자폐 스펙트럼 진단 시설인 ‘AI 리빙랩’을 공개했다. 내년까지 서울대병원을 찾는 아동 1200명의 장애 여부를 검사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이 장애를 진단하기 위해 시선, 표정, 행동 등을 따로 촬영하고, 결과물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AI 리빙랩에선 AI가 동일한 환경에서 측정한 여러 데이터를 알아서 분석해 준다. 사람이 같은 일을 할 때보다 데이터의 품질이 높고, 분석에 드는 시간도 짧다.
AI 리빙랩의 등장으로 소아정신과 진료난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전망이다. 출생 후 만 18개월이 지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전문 인력 부족으로 만 4~5세가 돼서야 진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김붕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가능한 소아정신과 전문의 중 일부는 2027년까지 진료 일정이 차 있다”며 “AI 리빙랩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과 치료가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을 다른 발달 장애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할 때 확인하는 지표인 인지능력, 사회성, 언어능력, 행동 등을 다른 발달 장애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AI 리빙랩에 쓰인 기술을 지적 장애와 인지 장애 진단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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