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돈봉투 살포, 전혀 몰랐다…오늘부로 탈당" [종합]

입력 2023-04-22 23:59   수정 2023-04-23 04:00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의혹에 대해 육성으로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국민, 당원, 이재명 지도부 등을 향해 사과하면서 당을 탈당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의 한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돈 봉투 의혹을 전혀 몰랐다는 예전의 발언을 유지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당대표)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다는 사정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송 전 대표는 1997년 입당 후 26년간 몸담은 민주당에서 탈당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는 "당에 누를 끼친 책임을 지겠다. 저는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검찰 수사에 응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탈당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제가 당 대표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실태 조사와 관련해 논란이 된 의원 12명에게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돌아선 국민 마음을 돌리기 위해 탈당을 권유한 바 있다"며 "같은 원칙이 저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는 오는 24일(한국시간)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 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2년 전 전당대회와 관련해 돈 봉투 의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전직 당대표로서 뼈 아프고 통절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 여러분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의원 여러분, 당원 동지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10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캠프 관계자들이 돈 봉투를 살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총 9400만원의 현금이 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이른 시일 내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과 강 위원이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에서 이 전 부총장이 강 감사에게 "송(영길)이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고 말한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와 이런 대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진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녹취와 이 전 부총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전혀 몰랐다'는 게 송 전 대표의 입장이다. 알선수재죄 등으로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전 부총장의 1심 판결문에는 "내 뒤에 송영길 이런 분들이 있다" 등 송 전 대표와 친분을 과시하는 대목도 여럿 등장한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다. 민주당 내 최다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입장문을 내고 "조기 귀국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송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도 "저희는 이번 기회에 우리 당에 아직 구태가 남아 있다면 모두 드러내 일소하고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며 "송 전 대표는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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