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등 금리 불확실성이 조금씩 가시면서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거래량도 조금씩 회복하면서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선 금리 인상 국면 때 급락했던 집값이 지난해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이슈가 여전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실수요에 투자 수요까지 더해 서울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에서 가격 회복력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전용면적 84㎡)은 4일 16억원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올 3월만 해도 12억원대 후반에서 14억원대 후반까지 거래되던 단지다. 호가는 17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8월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고 실거래가는 2021년 9월 18억9000만원이다. 빠른 속도로 최고가에 다가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는 5일 20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최저가인 11월 17억7000만원보다 3억원가량 올랐다. 불과 지난달 말에도 19억~20억원 초반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쌓였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실거래가가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시장 전반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어 강남 대표 단지의 회복세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4월 셋째주 강남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반등세를 보였다. 이달 셋째주 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4% 올라 전주(0.02%)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서초구도 송파구와 똑같이 0.04% 올랐다. 강동구도 0.01% 오르며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다만 강남구는 전주와 동일하게 -0.01%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용면적 107㎡ 역시 지난달 4일 32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인 2020년 12월(28억5000만원)에 비해 4억원 올랐다. 압구정 다른 단지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현대 7차(전용면적 196㎡ 기준)는 지난달 8일 62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2021년 2월(54억5000만원)보다 7억원 이상 뛰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당초 오는 26일까지였던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더 연장했다. 부동산 규제 수단 중 하나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을 매매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2년 동안 실거주가 필수여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나 외지인 유입도 어렵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4구 등에선 자산가들이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려가는 모습이 포착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더라도 ‘알짜 지역’에 대한 수요는 여전해 집값 조정 국면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똘똘한 지역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