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강경노선을 대변하는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3일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신문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부용치훼’(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공격한 것을 “이 발언이 어떻게 한국의 귀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고 심각한 외교적 결례냐”고 방어했다. 또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한 친강 중국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한국 외교부가 “언행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응수한 것에 대해서도 친 장관이 윤 대통령이나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들은 사람만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들리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문제 발언은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 표명”이라며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문제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거론한 뒤 “한국 외교가 말하는 국격은 어디에 있는가”, “워싱턴에서 잃어버린 국격과 외교 자존심을 중국을 통해 만회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영국 라디오 채널 LBC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기와 관련해 사견을 전제로 2027년을 반드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7년 네 번째 임기를 맞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인에게 중국 통일의 능력이 있음을 증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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