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글로벌 3위 D램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22회계연도 기준으로 마이크론의 중국(홍콩 포함) 매출은 49억760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한다. 중국이 판매 금지라는 초강경 카드를 실제로 꺼내 들어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경제계에선 “미국의 전략을 모르진 않지만, 핵심 동맹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반도체 영업 활동까지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번 보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국이 반발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 ‘인터넷 안보 위험을 예방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해 안보 심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을 지렛대로 활용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 심사 결과에 따라 ‘시장 접근 금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와 품목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나선 일본과 네덜란드도 견제하고 나섰다. 친강 외교부 장관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나쁜 사람의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의 위호작창(爲虎作)을 언급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이 향후 반도체를 만들지도, 사지도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중국의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첨단 전략산업까지 고사시켜 미국과 경쟁할 엄두를 못 내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맹국 정부와 주력 기업의 사정 및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는 걱정스럽다.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걱정을 덜어줄 합리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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