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냉장고만큼 커지는 로봇·솔루션…'LG 간판사업' 확 바뀐다

입력 2023-04-24 18:32   수정 2023-04-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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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해 가전·TV 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1조1350억원이다. 이 중 기기 판매가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등 비(非)하드웨어에서 나온 영업이익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산업계 관계자에게 물으면 십중팔구 “많아야 10% 남짓일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와 차이가 있는 답이다. 작년 LG전자 가전·TV 영업이익에서 비하드웨어의 비중은 30%를 웃돌았다. 올해 LG전자는 ‘40% 달성’이란 공격적인 목표를 잡았다. 산업계에선 “LG전자의 체질 전환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드웨어보다는 ‘솔루션’
24일 LG그룹에 따르면 최근 LG전자 각 사업본부의 최대 화두는 ‘기기의 플랫폼화’다. 세탁기 TV 같은 제품을 잘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기를 바탕으로 부가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LG전자의 TV 운영체제(OS)인 웹OS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LG전자는 TV 플랫폼 사업을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앱을 LG전자 TV의 웹OS에 장착해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TV를 통한 광고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적극 육성 중인 로봇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LG전자가 로봇 하드웨어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전자의 진짜 구상은 시장 인식과는 다르다. 로봇사업 담당 부서는 최근 다양한 로봇을 목적에 맞게 움직이게 하는 ‘솔루션’의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배송·물류 기업 등의 수요를 충족하는 최적의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면 하드웨어 시장은 저절로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산업계 관계자는 “로봇 하드웨어는 LG전자의 솔루션을 구현하는 하나의 ‘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주완 취임 500일 만에 큰 변화
LG전자의 체질 변화는 2021년 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조주완 사장이 이끌고 있다. 북미법인장,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거친 조 사장은 ‘하드웨어 사업 의존도를 낮출 것’을 임직원에게 계속 주문하고 있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10~20년 뒤 글로벌 선도기업의 위치를 지킬 수 없다는 얘기다.

조 사장이 꼽은 키워드는 서비스·콘텐츠·SW 경쟁력 강화다. LG전자를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게 1차 목표다. 그는 최근 “다양한 디바이스를 플랫폼화하고 서비스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렌털·케어 매출 연평균 36% 늘어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TV 플랫폼’ 매출은 2018년 대비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서비스 사업인 가전 렌털·관리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렌털 매출은 7435억원이다. 201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36% 증가했다. LG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사이니지) 콘텐츠 관리 솔루션, 전기자동차 충전기 대량 제어 솔루션 등의 사업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인력도 SW 개발자 중심으로 채용하고 있다. 예컨대 BS사업본부는 사이니지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가를 채용 중이다. LG전자가 사이니지에 어떤 이미지와 영상을 띄울지 관리하는 솔루션까지 고객사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설계하는 개발자도 모집한다. 고객이 TV로 보게 될 콘텐츠와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한 광고 솔루션 등도 LG전자가 개발해 판매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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