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은 우수한 중소 조달기업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조달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고 있다. 25일 조달청에 따르면 해외 조달시장은 약 12조80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이에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수출의 신시장이며,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부각하고 있다. 최근 보건의료·바이오 수요 및 지역분쟁·재난 이후 복구 소요 증가 등으로 해외 조달시장 진출의 기회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해외 조달시장에 직접 뛰어들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복잡한 조달 절차와 제도, 자국 기업 우대, 정보 폐쇄성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많아서다.
특히 해외 진출 유망기업 중 기술력 있는 혁신기업 190개사 수출 실적은 1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도 600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증가했다. 해외 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 수도 크게 늘었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3년 95개에서 지난해 말 현재 1114개로 열 배 이상 증가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혁신기업이 해외시장 진출에 더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유망기업 기업의 수출국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미국이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2014년 21.6%로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18.1%로 가장 큰 수출 비중을 보였다. 눈에 띄게 수출 비중이 높아진 국가는 대만이다. 2014년에는 비중이 미미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8.0%로 큰 폭으로 늘며 미국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일본도 상위 교역국에 포진하고 있다. 수출 품목군은 기계·장치, 건설·환경이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기·의료는 2014년 7.3%에서 지난해 말 13.2%로 약 두 배 증가했다. 반면 전기·전자는 26.7%에서 9.8%로 가장 크게 하락했다. 과기·의료 품목의 수출 증가는 제품의 우수한 기술력 및 코로나19로 인한 K방역의 효과로 볼 수 있다고 조달청은 설명했다.
특히 해외 조달시장 전문인력 양성과정이 눈에 띈다. 해외 입찰 실무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청년 인력을 조달기업에 채용까지 연계해 중소기업의 수출 전담 인력난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조달시장 진출 지원사업으로는 수출전략기업 육성사업, 해외 정부 조달 직접 입찰 지원사업, 해외 조달벤더 등록 지원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어려운 대외 무역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수출 지원사업 성과는 2711만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해 조달기업의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탰다.
조달청은 또 조달기업의 해외 마케팅 지원을 위해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해외 유망전시회 참가 지원, 해외 조달시장 시장개척단, SNS 홍보 등 다각적인 지원책도 진행하고 있다. 수출상담회는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개척하기 힘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실질적인 수출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라장터 엑스포와 공공 조달 수출상담회 등 연 2회 열고 있다.
공공 조달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올해 나라장터 엑스포 수출상담회에는 24개국 87명의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400여 개의 국내 기업이 1 대 1 상담회를 통해 홍보 및 수출 기회를 잡을 예정이다.
수출상담회와 병행해 열리는 해외 조달시장 설명회에는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해외 정부 조달 관계자들을 연사로 초빙해 시장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달청은 혁신제품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23 CES 수상 등으로 혁신제품의 기술력 및 해외 진출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됨에 따라 혁신제품 기업 및 제품 발굴을 해외 조달시장 개척과 전략적으로 연계해 맞춤형 패키지 수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혁신제품의 해외 레퍼런스 확보를 통한 수출 기반 강화를 위해 2021년부터 공공기관 해외 법인 인프라를 활용한 혁신제품 해외 조달시장 동반 진출 및 실증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KOTRA와 협업해 혁신제품의 해외 실증 대상 국가와 품목을 더욱 확대하고, 공적개발원조(ODA) 등 국제협력 사업 연계를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수출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혁신조달기업 대상 코디네이팅 사업 운영을 통해 혁신조달기업의 해외 진출 역량을 진단하고, 다양하고 광범위한 정부 수출지원 시책과 효과적인 맞춤형 연계를 지원하는 등 부처 간 협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정부 중앙조달기관으로서 계약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해외 조달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꾸준히 지원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우리 기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조달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전략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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