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6일 07: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는 약 430여개다. 그중 흑자가 나는 기업은 약 50% 그리고 영업이익이 10억 이상 나는 기업은 약 25% 정도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액 10% 정도나 영업이익이 100억 이상 난다. 자산운용업은 증권업의 1/6의 정도 수익을 내는데 사업자는 7배 이상 많은, 좋게 말하면 완전경쟁 시장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영세 산업이다.
최근 금융규제 기관들이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의 여러 가지 투자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투자 업계에 대해 신의성실 의무(Fiduciary Duty)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는 신의성실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배임, 공금횡령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의무부터 투자자 이익에 대한 내재화된 철학의 정립이라는 고차원적이고 포괄적인 의무까지 준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자산운용사가 과연 신의성실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를 위한 변화 및 혁신을 추구했는지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갈 시점이다. 범법행위가 없었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었으니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은 완전 경쟁 시장의 참여자로서 나태한 태도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선 리스크(Risk)를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이익을 지향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투입되는 자본에 대비하여 높은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무조건 좋은 투자 구조인가? 현금 환원 수익률(Cash on Cash Return)이 높은 것은 투자자에게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투자 시간과 리스크를 반영하면 전혀 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 가령 유가증권은 이미 리스크 버짓팅(Risk Budgeting, 각각 자산군에 적절한 위험 예산을 배분하고 이에 의거해 가중치를 정하는 방법)이나 정량적 리스크 측정이 보편화되어 있다.
대체투자와 같은 경우엔 투자 자산의 선택과 집중 시 큰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해온 것이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업무와 거주의 근간이 되는 오피스와 주거 시설은 경기 기복은 있어도 기본적인 수요가 반드시 발생하는 자산이니 투자 포트폴리오 편입에 이견이 생기기 어렵다. 그러나 직주(職住)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가령 골프장,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까지 투자 상품으로써의 가능성이 검증되면 모든 자산운용사가 자신들의 투자 상품과 투자 전략으로 편입하곤 한다.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는 현금흐름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새로운 투자 전략과 성장 동력의 발굴은 투자자와 운용사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전략이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운용사가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따르는 것과 같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모두가 동일한 전략으로 입찰 경쟁에 참여하면 결국 시장의 수요 과잉과 불필요한 가격 상승으로 귀결된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골프장을 인수하여 유휴부지에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등 부분적인 가치 상승 전략을 추구하기도 하나, 본원적 사업의 가치 증대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민의 결과는 찾기 어렵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설정하고 있는 블라인드펀드와 SMA(Separate Managed Account) 또한 운용사가 투자에 대한 포괄적 의사 결정권한을 위임받기 위해선 운용사는 신의성실의무에 대해 한 단계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블라인드 펀드 투자의 최우선 목표는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헤지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내 운용사가 투자자의 리스크 감소와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운용사의 운용보수 극대화 또는 개별 운용사가 소싱 가능한 자산의 커버리지(Coverage)를 우선하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또한 실패가 없는 국내 블라인드 펀드의 현실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선도 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도 때때로 투자 실패가 발생하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는데, 국내 운용사의 블라인드 펀드는 매우 높은 확률로 목표 수익을 달성한다. 이 지점에서 국내 운용사와 LP투자자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투자 수익률만 달성하면 투자 원칙과 철학은 무시해도 되는가?” 아니면 “운용사에게 투자 원칙과 철학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운용사의 고유자금 투자(Principal Investment)에도 숙고가 필요하다. 간략하게 한 줄로 요약하면 ▲공개 가능하고 ▲언제나 준수되고 있으며 ▲예외 발생시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투자원칙이 있는지 한 번쯤 성찰해봐야 한다.
산업이 아직 미미하니 선진국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소리가 언뜻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탑티어(Top-tier) 기업 대비 인력규모와 수익이 적은 소형사들도 투자 기법과 회사 전략은 앞서 있는 경우도 많다. 본 글에서 정의한 문제에 대한 대안과 개선점은 다음 글에서 정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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