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4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메모리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8983억원에 이어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도 5조881억원으로 58.1%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2조5854억원으로 집계돼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downturn) 상황이 1분기에도 지속됐다.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져 영업손실은 확대됐다"며 "다만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2분기에는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고객이 보유한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부터는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 기업들의 재고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는 챗GPT 등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수요가 늘고 있는 점 또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회사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 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가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전사적으로 투자를 줄여가는 상황에서도 AI 등 앞으로 시장 변화를 주도해 나갈 산업에 활용되는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10나노급 5세대(1b) D램, 238단 낸드 등 기존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공정을 통한 양산 준비에 투자하면서 시황 개선시 실적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DDR5·LPDDR5, HBM3 등 올해부터 수요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제품 라인업에서 당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 제품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메모리 시장환경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시장이 수급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 보고, 당사는 수익성 제고와 기술개발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회복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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