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6일 1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이 서울 여의도 63빌딩를 빈번하게 드나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한화그룹 대주주 일가의 삼남인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첫 독립 행보에 나서면서 대형 M&A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서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 내에선 김동선 본부장이 직속 조직으로 관할하는 전략투자팀을 통해 잠재적인 M&A 기회를 살피고 있다. 메릴린치와 요즈마그룹을 거친 김병혁 상무를 중심으로 PEF 등을 거친 3~4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김 본부장도 2020년 스카이레이크에서 6개월간 근무하며 M&A 및 IB 경험을 쌓은 바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월 31일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 지난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 지 약 2년 만에 독립에 나섰다. 시장에선 삼남인 김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그룹의 유통부문을 맡아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과 방산,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김 본부장은 유통을 맡는 방향으로 승계 구도를 정리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21년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상무로 경영 일선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3월엔 당시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본부장)을 겸직하면서 그룹 유통 부문 신사업 전반에 관여했다.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 인사에선 전무로 승진했다. 한화갤러리아의 분할 및 재상장 직후엔 회사 지분 0.03%를 장내에서 매수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햄버거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도입을 총괄하는 등 대외 행보도 본격화했다. 이달 초엔 초록뱀컴퍼니로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건물을 89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기존 한화갤러리아의 압구정 명품관과 3분여 거리로 근접해있어 본격적인 팝업스토어 등을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형제 간 분할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유통부문의 덩치를 더 키우기엔 M&A가 필수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갤러리아는 2021년 한화솔루션으로의 흡수합병과 올해 재분할과정에서 재무구조가 깔끔해진 '클린컴퍼니'로 재탄생했다. 합병 직전인 2020년말 1조5230억원에 달했던 부채는 분할 이후 859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부채비율도 분할 이전 287%에서 100%까지 감소했다. 모회사인 (주)한화가 일부 증자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회사채 발행 등 추가적인 부채를 활용하면 조단위 거래도 소화가능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투자은행(IB)나 사모펀드(PEF) 인력들이 한화갤러리아로 모이는 배경이다. 유통업계에선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MBK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홈플러스 등이 한화갤러리아에서 관심가질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11번가 컬리 등 e커머스 관련 업체들과 일부 글로벌 프랜차이즈 사업권들도 한화 측의 관심 여부와 무관하게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다.
재계에선 분할 직후 대형 M&A가 잇따랐던 사례들이 많았다. LX그룹도 분할 직후 5925억원을 투입해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했고, 950억원을 투입해 포승그린파워를 품기도 했다. 불발됐지만 반도체 업체인 매그나칩 인수 등 조단위 매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국내 최대어인 HMM 인수에서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앞서 2018년 KCC도 3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모멘티브 인수를 단행했다. 이후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모멘티브 경영을 맡고 차남인 정몽익 사장이 유리부문을 분할해 KCC글라스를 맡으며 형제간 분할 절차를 마친 바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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