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에서 'ㅂㅅ'이라고 입력하더라도 직접 욕설을 한 것이 아니어서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이태웅)는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ㅂㅅ' 등 표현을 썼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최근 2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이번에 열린 2심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ㅂㅅ'은 부정적 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표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단체의 회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시민단체 대표 B씨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 다퉜다. B씨가 '내부 부정행위 신고자를 탄압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A씨는 B씨에게 "ㅂㅅ 같은 소리", "ㅂㅅ아 등 표현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 채팅방에 함께 들어와 있던 같은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를 지켜봤다. 이에 B씨는 이런 메시지가 모욕이라며 A씨를 고소했다.
원심에서는 "ㅂㅅ"이라는 표현을 '병신'과 동일하다며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이 때문에 1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직접적인 욕설을 하지 않기 위해 한글 초성만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ㅂㅅ과 병신은 문언상 양 표현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같다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런 표현이 B씨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ㅂㅅ'의 표현은 상대방의 언행에 대응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정도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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