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 없이 진행한 판결을 다시 재판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부과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두 차례의 사기 범행으로 2021년 5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고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1심 재판을 청구할 때 기재한 부모님 주소로 소환장을 보냈으나 폐문부재(송달받을 장소에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았다. A씨는 1회 공판기일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두번째 소환장을 같은 주소로 보내 어머니 B씨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A씨는 2회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2심 재판부는 공시송달로 A씨를 소환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해당 내용을 게재하는 방식이다.
A씨는 3∼4회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불출석 상태에서 공판을 진행,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직권으로 2심의 공시송달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두번째 소환장을 A씨의 모친이 수령했으므로 2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일을 정해 피고인에게 공판기일 소환장을 전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공시송달 결정 전에 정식재판 청구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다른 연락처로도 연락을 시도했어야 했다"며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A씨의 주거 등을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한 것은 법령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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