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인공지능(AI)을 실제 일터에 적용했을 때의 생산성 효과를 검증한 학계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를 도입한 결과 저숙련 전화 상담원들이 경력이 더 오래된 상담원보다 더 능숙하게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제매체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스탠포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생성AI 기반 챗봇을 적용한 뒤 직원들의 생산성 변화 정도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경제매체 포춘에서 선정한 5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고객 지원 업무를 맡은 직원 5000여명의 1년간 생산성 추이을 축정했다. 주로 전화 상담 업무를 맡은 이들 직원들 중 상당수는 AI를 이용한 챗봇을 업무에 활용했다.
연구 결과 AI 챗봇을 사용한 기술 지원 상담원은 그렇지 않은 상담원보다 업무를 35% 빠르게 처리했다. 전반적인 생산성은 14%가 개선됐다. 특히 고객 서비스 상담 업무의 경우는 AI 도구를 사용한 2개월 근무 직원이 근속 6개월 이상인 직원보다 업무를 더 잘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고숙련 상담원의 경우에는 AI 도구가 주의를 분산시켜 오히려 작업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린드시 레이먼드 MIT 박사는 “AI 지원은 신입이나 경력이 짧은 근로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며 “기술 습득 속도를 높이는 데서 AI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선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AI 도입 효과도 확인됐다. AI 도구를 도입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고객 만족도가 높게 측정됐다. AI를 활용하면서 상담원들의 친절도가 개선됐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근속 기간도 더 길어졌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상담원들이 상사나 다른 부서에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AI를 도입했을 때가 더 적었다.
에릭 브리니올프슨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생성 AI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이 이점이 직종마다 고르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 AI가 근로자를 대체하진 않겠지만 이 AI를 쓰는 근로자가 그렇지 않은 근로자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센터, 법률, 마케팅, 의학, 교육 등 대화나 소통의 중요도가 높은 분야에서 생성 AI 활용의 이점이 특히 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생성 AI가 업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생성 AI가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성 AI 도입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가 7%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고용 플랫폼 업체인 링크드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의 약 70%가 AI로 인해 이미 업무 속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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