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규모의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향한 반격에 나섰다. 앞서 코인베이스가 SEC에 제출한 청원서에 대한 대답을 강제하는 소송을 지난 24일(현지시간) 제기한 것.
코인베이스는 작년 7월 SEC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어떻게 기존의 증권법을 가상자산에 적용할 수 있는지,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 총 50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코인베이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의 활동으로 미루어 보아 SEC는 이미 우리의 청원서에 대한 응답을 거부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 이에 우리는 SEC가 청원서에 대한 답변을 남기고 공유하도록 법원에 요청한다"며 "가상자산 업계는 SEC로부터 증권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듣지 못했다. 규제 명확성을 얻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폴 그레왈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도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EC 위원장조차도 어떤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밝히기를 거부한 만큼 규제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위해 구축된 명확한 법률과 규칙이 필요하다. 증권법에 근거한 집행 조치는 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와 SEC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코인베이스는 SEC에 스테이킹이 증권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내고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자산이 유가 증권이 아님을 주장하는 아미쿠스 브리프(Amicus Brief·소송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가의 조언 및 정보를 담은 법률문서)를 제출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를 대변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미국은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금융 허브와 비교해 명확한 규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코인베이스가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의회가 개입해 더욱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를 만들고 집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업계는 코인베이스의 이번 소송 이후 SEC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청문회에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더리움과 리플이 증권인지를 명확하게 밝혀 달라는 하원 의원들의 압박에도 "법률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관련 소송이 진행 중으로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올해 초부터 SEC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코인베이스의 이번 조치가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베이스의 소송 제기는 다음에 발생할 수 있는 소송전을 대비한 논거 및 증거 자료 수집이 목적이라는 것.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소송이 제기된 이상 SEC는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다만 SEC가 충분한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공했고 필요한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답변한다면 이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인베이스도 이를 알고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서 충분히 자리매김한 코인베이스가 미국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서비스와 해외 서비스를 분리해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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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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