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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3사가 북미 지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발표된 삼성SDI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간 4조원 규모 합작사 설립 계획으로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공급망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이달 중 세액 공제를 받게 되는 전기차 모델 22개 중 17개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일제히 미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 공장을 세우고 북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하이니켈 NCM(니켈 코발트 망간) 양극재 생산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강력한 기술력과 함께 주요 시장의 수요를 맞출 수 있을 만큼의 생산능력을 갖췄다”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의 관계도 잘 구축돼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중국이다. 지난 2월 포드 자동차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와 합작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미시간주에 세워질 예정인 이 공장에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쏟아붓는다.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가격에 있다. CATL 등은 NCM 양극재보다 용량, 출력 등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합작사 설립 발표 당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작의 목표는 전기차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라며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차량 리스 제도를 이용해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요건을 우회적으로 충족하는 방안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UBS의 전기차 배터리 리서치 책임자 팀 부시는 “포드는 IRA 요건을 충족하는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는 데 있어 GM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며 “요건을 우회하기 위한 차선책을 찾은 셈”이라고 짚었다.
다만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이 중국 기술로 만들어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차단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CATL이 IRA 수혜를 입게 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FT는 포드의 계획이 “한국 기업들의 시장 침투력을 약화하고, 미국 배터리 시장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산 광물과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IRA의 기본 취지에 역행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부시는 “중국은 포드를 통해 미국 시장에 재진입했다”며 “한국에는 매우 부정적인 진전”이라고 지적했다.
포드의 뒤를 이어 테슬라도 CATL과 합작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배터리 3사에는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 3사도 LFP 배터리 제조 기술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이 기술을 연구해 온 중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보다 비교적 부유하고, 더 먼 거리를 주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선 LFP보다 NCM 배터리의 비교 우위가 유지될 거란 분석도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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