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만 역대 최대인 17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6400억원)의 2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투자를 늘려온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역발상 투자에 나섰다. 자금을 쏟아부어 초격차를 유지하고 ‘반도체 해빙기’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설비·연구개발(R&D) 투자비로 17조2800억원을 썼다고 27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세부적으로 보면 R&D 투자에 6조5800억원, 시설투자에 10조7000억원을 썼다. 각각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이 회사는 반도체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올 1분기 영업이익으로 6402억원을 거뒀다. 작년 1분기에 비해 95.5% 감소했다. 수요 절벽으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하지만 실적과 관계없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투자를 이어간 것은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되고 개발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며 "R&D에 선제적 투자를 전개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후발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린다는 의미로 읽힌다.
올 1분기 시설투자의 92%인 9.8조원이 반도체에 집중됐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해 경기도 평택 3기, 선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진행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미국 텍사스·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미래 준비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투자의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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