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세계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지정학적 불확실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은행 시스템 안정성 우려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심리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27일 회계·컨설팅기업 삼정KPMG는 '2023년 1분기 VC 투자 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 1분기 세계 VC 투자는 총 573억달러로 전년 동기(1776억달러)에 비해 68% 급감했다. 직전 분기(860억달러)와 비교하면 66.6% 수준에 그친다. 세계 VC 투자 규모는 2021년 4분기 약 2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낸 뒤 매분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아시아에서 이뤄진 VC 투자 규모는 총 135억달러 수준이다. 2015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미주에선 331억달러, 유럽에선 98억달러 규모 VC 투자가 집행됐다. 각각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형 VC인 CVC 투자는 지난해 4분기 421억달러에서 2023년 1분기 228억달러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이중 처음으로 투자를 집행한 VC의 투자액 규모는 90%가 줄었다. 전분기엔 560억달러였으나 올 1분기엔 57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투자회수(엑시트) 규모도 감소했다. 올 1분기 VC들의 글로벌 엑시트 총액은 203억달러로 전분기(464억달러) 대비 50% 이상 줄었다. 2015년 1분기 이후 최저다.
그나마 '선방'한 것은 스타트업 극초기 단계 투자인 프리시드·시리즈A 규모다. 삼정KPMG는 "VC들이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적용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소액 투자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이 때문에 투자 라운드별로는 초기 투자 규모 감소폭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김이동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장은 “올 2분기에도 글로벌 VC 투자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만큼 생성형 AI 등 분야는 글로벌 VC 시장에서 양호한 투자 실적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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