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폭행이다. 당시 원씨는 쿠팡의 한 직원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가격했고 다른 직원의 목덜미를 잡아 흔들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경찰과 시민을 향해 욕설도 내뱉었다. 주변에서 휴대폰으로 그의 난동을 촬영하는 동안 현장 경찰은 바라만 봤다. 고발장 접수 당일 저녁에는 또 다른 간부가 쿠팡 직원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만약 가해자가 거대 노조 소속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일반 시민이 길거리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행패를 부렸다면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 등으로 제압했을 것이다. 일반 직장인이 거래처와 협상이 안된다고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명백한 폭행이 강성 노조의 뒷배에 부당 노동행위로 변질된 것이다.
현장에서 원씨에게 폭행을 당한 당사자들도 같은 노동자다. 이 사건은 노동자 간 폭행 사건인 셈이다. 폭행을 비판해야 할 쿠팡노조는 ‘유감이다’는 입장으로 본질을 회피한 채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는 진보당 가입이 필수로 알려졌다. 원씨 역시 진보당원이다. 특히 진보당 기관지에 단독 인터뷰가 실릴 만큼 열성 당원이기도 하다. 만약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하던 주요 당원이 이같이 행동했다면 엄중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최근 국회의원을 배출한 진보당은 당원의 난동에 어떤 처분을 할지 의문이다.
원씨는 약 4년 전 한 진보매체에서 고된 택배노동자의 삶을 인터뷰했다. 그의 영상 인터뷰를 보면 퇴근 후 집에서 어린 아들의 재롱을 바라보는 해맑은 표정이 나온다. 그의 얼굴엔 숭고한 가장의 삶이 녹아 있었다. 원씨에게 맞고 목 졸리고 도망쳤던 쿠팡 노동자들도 한 가정에서 누군가의 아빠이고 남편일 것이다. 피해자들이 그날 밤 어떤 얼굴로 가족들을 만났을지를 떠올려보면 참담하다. 폭력은 노동권과는 하등 관련 없는 범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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