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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를 상향하는 조건으로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의 공화당 예산안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반면 조건 없는 증액을 요구해 온 백악관은 거부권을 쓸 전망이다. 부채한도를 두고 양당의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미 하원에서 공화당이 내놓은 부채한도 인상 법안이 찬성 217 대 반대 215로 통과됐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인상했다”며 “백악관의 행동력 부재로 미국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현재 31조4000억달러로 설정된 부채 한도를 1조5000억달러 인상하는 대신 예산 지출 규모를 2022년 수준으로 낮추고 지출 증가율을 1%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상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조건 없는 증액을 촉구한 백악관은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게 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공화당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선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 없는 증액을 재차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에서는 부채 한도 협상이 정치적 수렁에 빠지게 되자 치킨게임(겁쟁이게임)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뜻이다.
애덤 스턴 브레켄리지캐피털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는 “지금 미국 경제는 진퇴양난 상황에 처했다”며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되면 그제야 정치권이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디폴트를 경고했다. 피치는 미국이 부채한도를 제때 증액하지 못하면 ‘제한적 채무 불이행’ 등급을 부여할 전망이다. 반면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 정부가 향후 몇 달간 부채한도 관련 법안으로 기술적인 디폴트에 직면할 확률은 2~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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