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조만간 완화될 것입니다.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임금 상승 속도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27일 ‘202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자신을 “인플레이션 낙관론자에 가깝다”고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 의장을 맡고 있는 립스키 전 부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당분간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무조건 Fed를 따라가기보다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Fed의 경제 모델링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경기 판단이 틀려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시점이 늦었고, 그 결과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것이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체 상황을 반영한 모델을 통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립스키 전 부총재와의 좌담에서 “한은은 Fed보다 6개월 일찍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현재 조금 더 일찍 금리 인상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다만 립스키 전 부총재는 “중기전망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신기술이 가져올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생산성을 높이면 성장률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주요 선진국의 경제 규모를 따라잡기 위해선 2035년까지 최소 4.6%의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야 하지만 이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급감 등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다. 인프라 투자를 위해 돈을 끌어 쓴 영향이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리 교수는 한 자녀 정책과 고령화가 겹치며 중국에서 향후 5년간 1억5000만 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리 교수는 “중국의 성장 둔화,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도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간 경제 협력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각국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대국의 대결 국면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주요 20개국(G20) 체제 출범과 같은 협력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진규/허세민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