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에도 아랑곳없이 쟁점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며 ‘입법 독주’를 이어가기로 작정한 듯하다. 여야 간 찬반이 갈리는 데다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논란이 큰 법안들이어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최근 야권의 입법 폭주가 ‘거부권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지속해서 활용하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간호사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한 간호법만 해도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었는데도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택했다. 의료계 직역 내 극심한 갈등을 조정·중재하기보다는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꼴이 됐다. 의사보다 4배 이상 숫자가 많은 간호사 표를 의식한 것이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를 포함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 제정안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연대 총파업에 나선다고 한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됐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입법’이라고 비판받는 방송법 개정안도 5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태세다.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쌍특검 법안은 민주당의 내년 총선용 입법으로 봐도 무방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 심사는 국회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기간(최대 60일)을 거쳐 최장 240일(8개월)이 걸린다. 오는 12월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되면 두 특검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출범한다. 윤 대통령이 이들 법안을 거부할 경우 혼란에 빠질 정국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의도다. 안보·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도 야당의 편 가르기식 선거 전략과 국론 분열적 행태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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