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위협 고도화에 맞선 확장억제 조치인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것을 비롯해 다양한 대북 대응 방안이 쏟아졌으나, 북한은 28일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향후 북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예전에도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대형 이벤트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다가 이후 미사일을 쏘며 도발에 나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와 선전 매체들은 전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이날 오전 9시까지 침묵을 지켰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만 언급을 두고 중국이 전날 밤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에 곧장 항의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확장억제를 다루는 '워싱턴 선언'이 별도 채택됐고 한미 핵 및 전략 숙의를 위한 '핵협의그룹'(NCG) 창설이 발표됐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핵 전력을 운용하는 미국 전략사령부와 한국군의 도상 훈련, 핵탄두 탑재 가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첫 전개 등도 회담에서 다뤄졌다.
북한을 향한 발언 수위가 높아졌고 한미 간 핵전략 논의를 공식화한 점 등으로 미뤄 북한이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반발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새로운 훈련과 전략자산이 등장했음에도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20∼24일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중이었던 21일 한미 정상회담, 2021년 5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북한은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 한일 순방 종료 다음 날인 5월 25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하며 도발에 나선 적이 있다. 미 본토를 노리는 ICBM과 남측 및 주일미군 기지가 사정권인 SRBM의 섞어 쏘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 성명과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워싱턴 선언' 내용을 살펴본 뒤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형태로 대외 메시지를 발표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비난하고 한반도 정세 고조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려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 현지 지도 소식이 19일 보도된 이후 공개 행보 없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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