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업체인 애플·TSMC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한국 기업이 보유한 총현금(564조6656억원)의 10% 수준에 달했다.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초격차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08조1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15조2300억원)보다 7조500억원가량 줄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감소한 데다 이 기간 설비·연구개발(R&D) 투자비로 17조2800억원을 지출한 결과다.
하지만 2019년부터 이어진 이 회사의 '보유 현금 100조원'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연말 기준으로 2020년 삼성전자 현금은 121조895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이후 현금 보유액은 쪼그라들었다. 현금이 넉넉한데다 재무구조도 탄탄했다. 올 3월 말 부채비율은 26%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말 483억400만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64조2900억원에 달했다. TSMC의 현금성 자산은 올 3월 말 66조9800억원(1조5892억대만달러)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6조1360억원, 12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는 등 팍팍한 경영환경에 봉착했다. 이 같은 여건에도 대규모를 투자를 이어가는 저력은 경쟁업체를 압도한 현금성 자산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수준(53조1153억원)만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경쟁 업체와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미국 마이크론도 올해 설비 투자도 30% 이상 축소한다고 했다. TSMC도 올해 시설투자 목표액을 320억~360억 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시설투자액(363억 달러) 대비 최대 11.8% 줄인다는 것이다.
경쟁업체가 투자를 줄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투자를 늘리면서 초격차 우위를 확보할 심산이다. 이 같은 초격차 행보는 100조원 규모의 현금이 뒷받침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6~1998년, 2007~2009년 등 반도체 가격이 폭락한 빙하기를 겪어본 삼성전자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발상 투자를 이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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