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탄소 중독 한국차, 파괴적 혁신 필요할 때

입력 2023-05-02 07:30  


 -패스트 팔로워 버려야, 산업 성장통 먼저 겪을수록 유리

 미국 캘리포니아가 결국 디젤 트럭도 퇴출시키기로 했다. 완성차 기업, 화물운송사업자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특히 현재의 표심에 민감한 정치조차 대규모 유권자로 분류되는 사업자의 투표권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다. 한순간의 권력을 위해 내연기관을 지속하는 순간 자신을 포함한 모두의 미래가 암담해진다는 사실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순간 디젤 트럭 퇴출을 반대하는 유권자를 향해 그들의 미래 가족 또한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표를 위해서라면 양재물도 마신다는 정치 집단조차 기후 위기를 실감한다는 뜻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에는 물론 부작용이 따른다. 탄소에 중독(?)된 산업이 위축될 수 있고 그만큼 일자리 위기와도 직결된다. 일자리 위기는 당연히 선거 결과와 연동된다. 그러니 정치 권력을 위해 정치인은 탄소 중독자와 타협할 수 있다. 인간 욕망 중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본능이 권력욕임을 고려할 때 탄소와 타협을 마다할 정치인은 없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정치인들은 타협을 거부했다. 타협이 곧 미래의 몰락임을 깨달은 결과다. 당장은 권력이 좋겠지만 이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 데다 후대에게 남길 환경 오염은 무덤에 들어간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파괴적 전환을 선택했다. 

 운송사업자와 제조사는 캘리포니아의 트럭 퇴출로 물류 비용 상승을 우려한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보다 비싼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비용 상승을 오히려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비용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환경 오염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된다고 말한다. 비용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특정 집단의 이기적인 이익 추구라고 일축할 뿐이다. 

 기후 위기는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해법은 전혀 다르다. 겉으로는 탄소 감축을 외치지만 실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만큼 탄소 중독산업의 저항이 큰 데다 이들의 목소리에 따라 정치 지형이 수시로 달라지는 탓이다. 게다가 제도적으로 한국은 탄소 중독 산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 비중도 높다. 그러니 탄소 중립 또는 감축은 엄청난 저항과 갈등을 유발하기 마련이고 이때마다 중재 역할로서 정치는 적절한 타협을 시도하는데 무게추는 탄소 쪽으로 기우는 것이 대부분이다. 

 탄소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기본적으로 국민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동시에 비용은 추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편해지는 것에 대한 비용은 충분히 부담한다. 하지만 탄소산업은 저렴한 비용에 편안함을 제공했고 오랜 시간 이를 산업 발전으로 여기며 인류를 적응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불편해지되 더 많은 돈을 내라고 하니 반발도 거세기 마련이다. 


 최근 값비싼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비싸면 아무도 사지 않기에 세금을 사용해 보조금을 준다. 엄밀히 보면 국민 전체의 세금을 특정 개인에게 지급하는 셈이다. 그래서 공정하지 않은 데다 효과도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전체가 공정하게 부담하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내연기관의 세금을 높여 전기차 가격에 맞추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세금은 충전기를 확대하고 요금을 내려주는 것에 사용하면 공정하다. 당장 내연기관 제조사는 차가 팔리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국민들의 반발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전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반발은 정치로 향할 것이고 이때 정치 집단은 권력을 위해 이른바 '내연세' 도입을 반대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쪽에선 기후 변화를 언급하며 위기를 외친다. 동시에 정부도 4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전기차 확대에 세금을 투입하지만 속내는 빠른 전환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도 탄소에 부과하는 세금에 중독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는 탄소 연결 고리 하나를 끊어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탄소 고리를 과감하게 끊는다며 부러워한다. 못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언제나 퍼스트 무버를 외치지만 탄소 산업 구조는 패스트 팔로워만 양산할 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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