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장기투자…세금 아낄 '세 가지 방패' 마련하라

입력 2023-05-01 17:35   수정 2023-05-09 16:21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문화가 국내 투자자 사이에도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매 차익이나 배당 등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높여야 하는 장기 투자에서 세금은 큰 장애물이다. 전문가들은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변액연금보험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좌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RP로 과세이연·세액공제 한번에

전문가들은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연금저축과 IRP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이들 계좌를 통해 투자한 금융상품에 붙는 세금은 인출하기 전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다. 양도소득과 배당소득 등에 대한 과세가 이연된 금액을 계속해서 재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복리 효과가 극대화된다.

일반 계좌로 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는 경우 양도차익과 배당에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IRP 계좌 내에서 이 ETF를 매매하면 자산을 형성하는 시기에 내야 하는 세금은 0%다. 납입한도는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 1800만원이다.

연금저축과 IRP를 통해 형성한 자산은 만 55세 이상부터 인출 가능하다. 1200만원 이하 인출액의 경우 만 55세 이상~70세 미만은 연간 5.5%, 만 70세 이상~80세 미만은 4.4%, 만 80세 이상은 3.3%의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12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해당 연도 기타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거나 16.5% 세율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급하게 집을 마련해야 할 때는 만 55세 이전에도 인출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을 반납해야 한다.

연금저축과 IRP를 통해 매년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도 큰 장점이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는 16.5%, 5500만원 초과는 13.2%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세액공제 혜택은 연 900만원까지만 적용된다. 만약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매월 50만원을 IRP에 넣는다면 연말정산에서 99만원(600만원×16.5%)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13월의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은퇴 시기에 일정 금액 이상의 연금소득을 받으면 건강보험료를 올릴 것이란 정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사적연금에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사적연금시장의 성장을 막을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정책으로 시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원래 내야 했을 세금을 재투자하는 게 작은 차이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 투자 결과를 놓고 보면 그 격차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ISA는 ‘무과세 혜택’
ISA 계좌는 연봉이 높지 않은 사회초년생이 종잣돈을 만들 때 유용하다. 일정 금액까지 양도차익과 배당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초기 자산 형성에 효과적이다.

근로소득이 5000만원 이하라면 서민형, 그 이상이라면 일반형으로 가입할 수 있다. 비과세 한도는 서민형 400만원, 일반형 200만원이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차익이나 배당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9.9%의 세금만 부과된다.

‘손익통산’도 큰 장점이다. 계좌 내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수익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총 1억원을 납입할 수 있다. ISA 해지 후 60일 이내에 IRP 계좌로 금액을 이전하면 납입액의 10%(300만원 한도)를 추가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이때의 이전액은 기존 IRP 세액공제 납입 한도와는 별개로 계산된다.

변액연금보험도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상품이다. 납입금의 90%는 투자, 10%는 보험료 납입에 쓰인다. 다른 보험 상품보다 지급되는 보험금은 낮지만 투자 성과는 상대적으로 높다.

이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절세 혜택이다. 일시 납입액 1억원, 월 납입액 150만원(연 1800만원)까지 투자 차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해외 ETF나 해외 주식을 직접 살 경우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이 상품에는 붙지 않는다. 다만 10년 이상이라는 의무 가입 기간이 있다. 과거에는 한도 없이 납입 금액 전부에 비과세 혜택을 줬지만, 부자들의 ‘세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법이 개정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정부가 납입 한도를 제한해 놓은 것은 그만큼 혜택이 크다는 것”이라며 “관련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세금 면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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