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2연속 금리 동결에 바닥 기대…개미들, 채권에 '뭉칫돈'

입력 2023-05-01 17:12   수정 2023-05-02 00:47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이 월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며 채권 가격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고금리를 주는 비우량 회사채에도 ‘채권 개미’들이 몰리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장외 채권시장에서 4조2478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8월 3조2463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월별 순매수액은 계속 2조원대에 머물다 지난달 4조원대로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국채가 1조552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채 8607억원, 은행채 816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금리 상승세가 멈추고 있다는 인식이 채권 매수세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향후 금리 인하 기조로 접어들면 미리 사놓은 채권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고금리 비우량 채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게 채권 순매수액이 급증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2~3%대로 떨어지면서 그간 외면받은 고금리 비우량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 순매수 채권 상위 30위 내에 HD현대중공업(A), GS건설(A+) 등 신용등급 A급 비우량 회사채가 포함됐다. 신용도가 낮아도 연 4% 중반대의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몰렸다. 개인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대한항공(BBB+)도 인기 회사채로 분류된다. 지난달 17일 열린 대한항공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주문액 가운데 약 81.5%가 투자매매중개업자의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매매중개업자 물량 중 대부분은 증권사 소매 판매 부서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다.

금융·보험회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도 인기를 끌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6일 기존보다 100억원 발행 규모를 늘린 8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앞서 열린 수요예측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 상각 사태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우려가 커지면서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추가 청약 과정에서 연 7.3%에 달하는 고금리를 노린 개인투자자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오히려 증액 발행까지 성공했다.

절세 효과를 노린 국채 투자 수요도 꾸준하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몰린 채권은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다. 저금리 시대에 발행된 장기채는 표면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부담 등을 낮출 수 있다.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재테크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에는 절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개인투자용 국채가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용 국고채, 금융지주회사의 신종자본증권, 고금리 비우량 회사채 등은 예금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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