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가 계약이 만료된 국제 연구기관 및 외국계 정보업체와 잇따라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윈드는 각종 중국 경제 정보를 국내외 분석가와 투자자에게 제공해 왔다. 그동안 윈드가 제공한 데이터베이스(DB)에 기반해 중국 시장에 투자해온 해외 투자가와 기업들은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외 연구소의 중국 경제 연구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윈드는 금융시장 정보뿐만 아니라 기업 등록과 특허 출원 수 등 거시경제와 관련해 다양한 통계를 회원사에 제공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들어 방첩법을 확장하는 등 안보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백 개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맞불 조치다. 윈드는 외국 회원사와의 재계약을 거부한 이유로 ‘법규 준수’를 언급했다고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안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해외 경영컨설팅 업체, 회계법인 등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대한 투자 위험도를 평가할 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달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사무소에 수사관을 파견해 직원들을 심문한 게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의 기업신용조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했다. 뉴욕과 상하이에 기반을 둔 연구 서비스 업체인 캡비전 상하이 사무실도 최근 몇 달간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당국과 협의한 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중국에 대한 견해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관해 중국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근본적으로 중국을 외국의 영향으로부터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 정보를 차단하는 일련의 조치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과거 중국 정부가 경제 활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경제 정보의 유통을 최대한 보장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외국계 컨설팅사와 회계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은 중국 내 경제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급격하게 늘릴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미국 벤처투자자인 게리 라이셸은 “중국 시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면 외국 자본에 중국 시장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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