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축통화로 부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세계 총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최강대국이자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미국이 금 온스당 35달러로 교환 비율을 정하고, 다른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했다. 이를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한다.
미국이 1960년대 베트남전을 치르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각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71년 금 태환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너졌지만, 그 후로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유지했다. 국제 결제의 45%가 달러로 이뤄진다. 세계 외환보유액의 60%가 달러다. 외화 표시 부채도 60% 이상이 달러다. 저축을 해도 달러로 하고, 빚을 내도 달러 빚을 낸다는 얘기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달러 몰락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서 25% 이하로 떨어지는 사이 중국 비중은 18%까지 높아졌다. 미국의 70% 수준이다. 중국의 무역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일부에서 관측하는 대로 사우디가 석유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받는다면 달러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 등 미국 내부 요인도 달러의 위상을 흔드는 잠재적 위협으로 꼽힌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거래가 쉽고,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또 해당 국가의 금융 정책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위안화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트리핀 딜레마는 중국에도 적용된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은 지속적인 경상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페트로 달러를 쉽게 깨뜨릴지도 의문이다.
역사상 기축통화는 항상 최강대국의 통화였다. 결국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될 수 있어야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위안화는 국가의 엄격한 자본 통제를 받지만 미국 금융시장은 개방돼 있고, 미국 법체계는 달러 보유자를 잘 보호한다”며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는 한 달러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은 없다”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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