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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영 컨설턴트가 전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한국 생산현장의 변화다. 규제 대상이었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3개 소재의 얘기가 아니다. 황산, 인산과 같은 기초 화합물부터 솔벤트 같은 세정제까지 소재 전반에 걸쳐 대기업의 ‘국산 할당’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성능도 우수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일제를 당연시하던 한국 대기업이 20% 정도는 의도적으로 한국 제품을 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소재는 가격이 좀 비싸져도 괜찮으니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에 데인 한국 대기업들이 제2, 제3의 공급망 단절에 대비해 대체수단을 마련해 두려는 전략이다.
지난 4년 동안 불화수소와 같이 규제 대상에 오른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의 타격이 컸다는 사실은 일본 미디어의 보도로 여러 번 알려졌다. 한국 대기업 고객과 거래하던 대부분의 일본 소재 기업이 유탄을 맞고 있다고 이 컨설턴트는 증언한다. 한국을 때린 후유증이 생각보다 깊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미·중 패권경쟁이 격렬해진 시기와 겹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리처드 볼드윈 주네브국제고등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과 일본 제조업은 생산량의 16%와 6%를 중국산 부품에 의존했다. 2009년 이후 6년 만에 의존도가 4~6%포인트 늘었다.
지난해부터 자유 진영 국가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움직이고 있다. 이런 때에 일본이 반도체 분야의 한국 공급망을 자르려 한 건 ‘자해’라는 평가다.
금융시장은 이미 ‘중국 리스크’를 예민하게 반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세계 1만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50~75%인 곳의 작년 말 주가는 2009년에 비해 10% 떨어졌다. 반면 중국 비중이 25% 미만인 기업 주가는 60% 올랐다.
국제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때 공급망이 서로 촘촘하게 얽혀 있는 한국과 일본이 또다시 자해성 분쟁을 벌인다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금융시장은 주가로 경고하고 있다.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일본이 특히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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