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98만원에 집 구독" 화제의 日 서비스…한국도 가능할까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5-02 07:27   수정 2023-05-02 10:14


코로나19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중 근무방식의 다양화가 대표적이며 급진적입니다. 재택근무와 워케이션(workation) 등 원격근무에 기반을 둔 이런 방식은 주거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듭니다. 원격근무지에서 워케이션 형태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두세달을 근무하고 싶지만 현재의 주택임대차 방식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런 방식은 일단 임대인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격근무에 기반한 이런 주거수요는 은퇴 이후 5도2촌으로 대표되는 멀티해비테이션(2지역 거주)을 넘어섭니다. 원격근무 특성상 한곳에 오랜 기간 머무르기보다는 필요나 희망에 따라 이동도 빈번해집니다. 그때마다 살 집을 알아보고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주택시장에서도 단기 임대서비스나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대표적입니다. 일본의 주거구독서비스는 빈집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2019년 크라우드펀딩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의 ADDress, 하프(HafH), 호스텔라이프(Hostel Life)가 대표적입니다. ADDress의 주거구독서비스는 현재 250개가 넘는 집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자연과 역사가 풍부한 지방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아주 뛰어난 도심의 타워맨션도 등록됐습니다. 예약티켓 하나당 1박이 가능하면 30장이 현재 9만9800엔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98만원 정도입니다. 빈집이라는 유휴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서비스 이용요금은 우리보다 오히려 저렴합니다. 정확하게는 구독서비스 보다는 충전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예약티켓이 부족하면 즉시 늘릴 수 있습니다.

현재 ADDress의 주거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층은 30대가 가장 많습니다. 20대를 포함하면 56.8%나 됩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36.5%로 많지 않습니다. 60대 이상은 5.8%에 그칩니다. 직업분포를 보면 회사원이 40.4%로 압도적입니다. 젊은 층의 이런 호응도를 고려하면 향후 주거구독서비스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퇴 이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계층 또한 주거구독서비스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5도2촌의 생활을 꿈꾸는 경우 굳이 2촌의 주거지를 고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주지를 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어드레스호퍼(Address Hopper)’, 지자체 또한 이런 다거점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이동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빈집으로 이주하려는 분들을 위해 ‘빈집뱅크’를 운영하는 지자체의 경우 주거구독서비스업체와 협업을 해서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일본에는 먼슬리맨션(월단위 임대차 가능 주택)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택임대관리회사인 레오팔레스21은 이를 입지, 구조 등에 따라 A에서 Z등급으로 구분합니다. 각 등급의 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1장(1개월), 3장, 6장, 12장 단위로 구입가능하고 많이 구입하면 높은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오사카에서 계약하고 중간에 도쿄로 이사할 경우 나머지 티켓만큼 도쿄의 임대주택을 사용 가능합니다. 임차 단위가 위클리(weekly)냐 먼슬리(monthly)냐의 차이만 있지 이미 주거구독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는 존재했습니다.

국내 주거구독서비스의 경우에는 일본과 같이 원격근무에 따른 수요보다는 아직까지는 대표적인 휴양지역에서 한달 살기 서비스로 대표됩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 도시인들의 힐링과 재충전에 도움이 되는 한 달 살기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유행하게 됩니다. 한 달 살기 키워드로만 한정하면 국내 1위의 어플인 ‘리브애니웨어’를 검색해보면 제주도, 남해, 양양, 속초 등 바다와 섬 지역의 시설들이 많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ADDress처럼 기업들을 대상으로 복지차원의 숙소를 운영 지원하고 있는 점 등은 주목할 만합니다.

원격근무환경의 확대로 제2의 주거공간에 대한 서비스를 계속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주거구독서비스가 확대된다면 일자리문제와 함께 주거문제의 해법으로도 연계해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구독주거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단순히 집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각 주택에 ‘야모리(家守)’라 불리는 생활교류 서포트 스탭을 두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지역 커뮤니티에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야모리로 활동하는 경우 약 20만원에서 50만원의 수입도 생긴다고 합니다.

주거구독서비스는 궁극적으로는 주거와 숙박의 경계가 무너져가는 현상의 하나로 이해해야 합니다. 주거와 숙박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한주 또는 한 달의 임대조건을 요구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나지만, 공급과잉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임대인들의 필요 또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주거구독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트렌드는 주택을 고정된 부동산이 아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생활서비스로 바꿔 놓을 겁니다. 이제는 주택을 삶의 터전을 만드는 사업이 아닌 말랑말랑한 공간 비즈니스로 이해해야 합니다. 주택사업이 공간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는 이때 우리는 어떤 혁신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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