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서세원, 애도 속 영면…'숭구리당당' 퍼포먼스에 눈물바다 [현장+]

입력 2023-05-02 10:02   수정 2023-05-02 10:03



"형님 인사드립니다. 숭구리당당 숭당당. 수그리수그리당당 숭당당. 가시는 길 뻣뻣하게 가지 마시고 잘 가시라고 이렇게 흔들면서 길을 만들어드릴 테니까 잘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0일 사망한 개그맨 출신 사업가 고(故) 서세원(67)의 발인식이 가족·동료들의 애도 속에 2일 엄수됐다. 개그맨 김정렬이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개그로 알려진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장례식장 곳곳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오전 7시 50분께 가족 예배에 이어 오전 8시께부터 서세원의 영결식과 발인식이 진행됐다.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엄수된 이날 영결식과 발인식은 서세원의 딸인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를 포함해 고인의 가족을 비롯해 수많은 개그맨 동료와 지인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을 애도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영결식은 개그맨 김학래의 사회와 함께 고인을 향한 묵념에 이어 이용근 사무총장의 약력 보고,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의 추모사 낭독, 박문영 문영그룹 회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추모사를 맡은 엄영수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영결식을 지켜보시는 많은 분 또 자리해주신 많은 분, 깊은 조의 표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서세원이) 먼 땅에서 불의의 사고 당해 한 줌의 재가 돼 우리 앞에 온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가엽고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고 운을 뗐다.

엄 협회장은 "(서세원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 같이 하지 못하는 슬픔만이 있다.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 세상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서세원은) 팬 여러분께 심려 끼치고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간 적도 있다. 들어야 할 가르침을 듣지 않은 적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용서해주시고 감싸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박문영 문영그룹 회장은 "(서세원은) 많은 국민들이 치열하고 각박하게 살아갈 당시 웃음으로 삶의 활력소를 줬다.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웃음이었다"며 "(서세원의 죽음으로) 슬픔과 좌절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친구가 알려준 웃음의 큰 의미를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친구를 보내도록 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생전 고인의 지인으로 알려진 김정렬은 "탄생은 기쁨이오, 죽음은 슬픔이다. 어차피 생로병사 해서 돌아가는 마당에 슬픔만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기 대표 개그인 '숭구리당당 숭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함께한 이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보였다.

이후 딸 서동주 등 유가족들의 헌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발인 절차가 진행됐다. 서동주는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하는 자리에서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자리해주셔서 가족을 대표해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아빠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같이 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여기 오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서세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미래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고인은 평소 지병으로 당뇨를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67세.

서세원의 화장은 캄보디아에서 지난달 28일 이뤄졌다. 유가족 측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서세원의 시신을 한국으로 옮겨 부검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현지 사정이 여러모로 여의찮아 캄보디아에서 화장한 후 한국에서 장례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3일간 치러진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빈소에는 가수 남궁옥분, 가수 이동기,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진우 기자 등이 찾았다. 김학래, 조혜련, 박성광, 이용식, 정선희, 김혜선, 서태훈 등 개그맨들도 찾아 고인을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서세원은 1979년 TBC 라디오 개그 콘테스트(경연대회)를 거쳐 데뷔했다. 1990년대부터는 '청춘 행진곡',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서세원 쇼' 등 스타 토크쇼 진행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비 횡령 의혹, 해외 도박 등과 관련 논란에 휩싸인 뒤로는 연예계를 떠났다. 2015년에는 당시 아내였던 서정희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합의 이혼했다.

이혼 후 1년 뒤였던 2016년 서세원은 23세 연하 해금 연주자 김모 씨와 재혼해 딸을 낳은 뒤 캄보디아에서 거주해 왔다. 서정희와의 사이에는 딸 서동주, 아들 서동천(미로)가 있다.

한편 서세원의 장지는 충북 음성 무지개 추모공원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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