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 의회가 부채 한도를 인상하지 않으면 이르면 다음 달 1일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예상 시점보다 한 달가량 당겨지면서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옐런 장관은 1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6월초에는 모든 정부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우리의 최선의 추정”이라며 “잠재적으로 이르면 6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현재 예측을 고려할 때 의회는 가능한 한 빨리 부채 상한을 연장하거나 올리는 조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정부 지불에 대한 장기적 확실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국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미국 국가부도 가능성이 불과 4주밖에 남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기존 예상 시점인 7월보다도 훨씬 앞당겨졌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정부의 현금이 소진되는 ‘X 데이트’의 도래 시점을 7~9월로 예상해왔다.
미국 정부는 국가부채가 한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1월 특별 조치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6월 5일이면 끝난다. 미국의 현재 국가 부채 법정 한도는 31조3810억달러(약 3경8800조원)으로 2021년 12월 증액됐다.
특별 조치 이후에도 미국 의회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은 지난달 26일 정부 지출의 삭감을 조건으로 한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을 점한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강조하면서 우선적인 한도 인상 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다.
이에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일 기준 미국 국채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63.44bp(1bp=0.01%)로 지난달 21일보다 96% 급등했다. 미국 정부의 디폴트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인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미국이 실제 디폴트에 빠진 적은 없지만 2011년에는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미국의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당시 세계 경제 위기설까지 퍼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졌으며 주가는 폭락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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