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받는 수급자가 올 1월 1만5290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이 2일 공개한 통계에서다. 지난해 12월(5410명)에 비해 한 달 새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국민연금 지급액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조정되는데 지난해 고물가 여파로 올해 지급액이 작년보다 5.1%나 뛴 결과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7.5%) 후 24년 만의 최대 인상률이다.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국민연금 지급액이 늘어난 것으로, 고물가가 지속되면 연금 고갈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들어 이 수치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를 기록했고 이 여파로 국민연금 지급액이 그만큼 인상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190만원대 국민연금을 받던 수급자들이 물가 상승 영향으로 올해 200만원 넘는 돈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2021년(2.5%)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하면서 연금 수급액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격인 1958년생(올해 만 65세)은 1960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100만 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가입 기간이 긴 베이비부머의 수급 연령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어 고액 수령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물가가 올라도 연금 가입자의 급여가 인상되면 그만큼 보험료 수입(급여의 9%)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금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 3월 5차 재정추계를 통해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엔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80년까지 물가 상승률이 평균 2%대를 유지할 것으로 가정했다.
작년 물가는 5% 넘게 올랐고, 올해도 3~4%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고물가와 고령화가 맞물리면 연금 재정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진다. 올해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제도부양비)은 24%다. 가입자 100명당 수급자가 24명이란 얘기다. 2050년대엔 이 비율이 100%를 넘는 데 이어 2080년엔 143.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물가 상승으로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는 폭보다 수급액 증가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허세민/황정환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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